가상자산 거래소서 1억 원 증발, 현실화된 자산 탈취 위협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하는 해킹 사고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고객의 실질적인 자산을 직접 노리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보안 역량이 취약한 중소형 금융회사들의 안전성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대형 금융사와 비교해 예산과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이 침해 사고를 즉각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대응 시스템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인 프라뱅에서 해킹을 통해 약 1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라뱅 측은 지난달 24일, 인터넷에 연결되어 입출금을 처리하는 '핫월렛'에서 비정상적인 자금 출금이 일어난 것을 포착하고 즉시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이후 보안 점검을 통해 취약점을 확인한 거래소는 회원들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서비스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기존의 해킹 사고들과 달리 개인정보 탈취를 넘어 실제 자산이 외부로 유출되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프라뱅은 탈취된 피해 규모를 파악한 뒤 회사 자산으로 이를 전액 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자산 관리 및 보관 시스템 자체가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안 체계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보안 인력 15배 차이…금융보안원 비회원사 사각지대
특히 프라뱅은 금융보안원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보안 침해 사고를 확인했던 금융사 16곳 중 6곳 역시 금융보안원 비회원사로 드러났다. 금융보안원은 사이버 위협 정보를 공유하고 사고 대응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가입이 의무는 아니지만 비회원사는 회원사들이 누리는 통합 보안 지원 체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형 금융사의 금융보안원 가입 현황을 살펴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저축은행 79곳 중 금융보안원에 가입한 곳은 18곳뿐으로, 가입률은 22.8%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력 규모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4대 시중은행의 보안 전담 인력이 평균 92명인 것에 비해, 저축은행의 전담 인력은 평균 6명에 불과해 15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이는 중소형사가 대형사와 비교해 보안 시스템 구축과 전문 인력 확보에 쓸 수 있는 자원이 극히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물n론 가상자산 거래소의 핫월렛과 일반 금융사의 예금 관리 시스템은 보호 구조가 다르기에, 프라뱅의 사고가 곧바로 중소형 금융사의 자산 탈취로 직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킹 기법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약한 금융권의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 AI 기반 공동 보안관제 및 지원책 검토
실제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55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안 실태 점검 결과, 130곳에서 관리 부실 사례가 적발되었다. 주요 지적 사항으로는 최신 보안 패치 미적용, 기술 지원이 종료된 노후 시스템의 방치, 24시간 실시간 보안관제 체계의 부재 등이 꼽혔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권 보안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중소형 금융사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보안원과 각 업권별 협회 및 중앙회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동 보안관제 체계 구축을 검토 중이며, 중소형사에 특화된 보안 안내서 배포와 취약점 점검 지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또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소형 금융사를 위한 공동 AI 보안 체계 마련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공동 보안관제 시스템 구축은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도입 시점과 참여 범위, 그리고 금융보안원 비회원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식 등이 향후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