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기반 첫 안경형 글래스의 등장
글래스 제조 전문 기업 엑스리얼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아우라'를 30일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기존의 증강현실 기기들이 스키 고글과 유사한 무거운 헤드셋 형태를 취했던 것과 달리, 아우라는 일반적인 안경과 흡사한 외형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기기가 안경 형태로 구현된 사례는 아우라가 최초다.
이 제품은 인공지능(AI) 기능을 강조하며 카메라와 스피커, 마이크를 활용해 대화나 사진 촬영을 수행하는 메타의 '레이밴 메타'와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레이밴 메타가 화면 없이 정보 알림이나 길 안내 정도를 제공하는 스마트 글래스라면, 아우라는 눈앞에 대형 가상 스크린을 투사하여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구글·퀄컴 협력으로 완성된 공간 컴퓨팅
아우라는 구글, 퀄컴 테크놀로지스와의 긴밀한 기술 협력을 통해 탄생했다. 스마트폰 생태계가 구글의 OS, 퀄컴의 칩셋, 제조사의 하드웨어로 구성되듯, 아우라 역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리얼리티 엘리트' 칩셋, 그리고 엑스리얼의 설계 및 제조 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구글은 이를 안드로이드 기반 글래스 시장의 선도적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유사하게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한 앱 설치가 가능하며,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앱을 실행하면 눈앞에 광활한 디스플레이가 펼쳐진다. 유튜브, 구글 지도, 크롬 등 주요 구글 서비스는 아우라 전용 버전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 이용 시 180도 전방위 영상이나 3D 영화를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구글의 AI 비서인 제미나이가 탑재되었으며, 네이버의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인 치지직을 통해 K-POP 공연이나 e스포츠 중계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퀄컴이 올해 선보인 최신형 스냅드래곤 리얼리티 엘리트 칩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아우라는 안경 본체와 소형 연산 장치인 '퍽(Puck)'을 케이블로 연결해 작동하는 구조를 취한다. 칩셋이 내장된 퍽이 안드로이드 구동과 복잡한 연산 작업을 전담함으로써 기기의 효율을 높였다.
투명 렌즈와 유선 미러링의 활용성
기기 전면의 카메라 두 개는 주변 공간을 실시간으로 인식하여 사용자의 머리 위치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하며 손동작까지 감지한다. 엑스리얼은 투명 렌즈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현실 세계를 차단하지 않고도 가상 화면을 겹쳐 볼 수 있게 설계했다. 이는 외부 풍경을 완전히 가린 채 카메라 영상만 보여주는 헤드셋 방식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디스플레이는 소니의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Micro OLED) 기술을 사용한다. 안경테 상단에 위치한 초소형 디스플레이가 쏘아 올린 영상이 렌즈에 반사되어 눈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며, 1200p 해상도와 120Hz의 주사율을 지원한다. 또한 유선 미러링 기능을 통해 노트북이나 휴대용 게임기를 퍽에 연결하면 해당 기기의 화면을 눈앞에 거대한 가상 모니터처럼 띄울 수 있다.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도 비행기 좌석 같은 좁은 공간에서 다중 모니터를 사용하는 듯한 작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으며, 제미나이가 연결된 노트북 화면의 내용을 인식해 업무를 보조하기도 한다.
휴대성과 가격 경쟁력에 대한 과제
다만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는 개선할 점이 존재한다. 안경 자체의 무게는 95g으로 가볍지만, 연산을 담당하는 265g 무게의 퍽을 케이블로 항상 연결해 휴대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는 안경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연산 장치를 별도로 분리하여 무게 중심을 얼굴에서 주머니로 옮긴 설계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가격 또한 고려 요소다. 제품은 메모리와 저장 용량에 따라 두 가지 모델로 구분된다. 12GB RAM과 256GB 저장 공간을 갖춘 모델은 169만원, 16GB RAM과 512GB 저장 공간 모델은 199만원에 판매된다. 69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레이밴 메타에 비하면 고가이지만, 화면을 직접 띄우는 공간 컴퓨팅 기기군과 비교하면 유사한 수준이다. 내년 봄 출시 예정인 메타의 '메타 글래스'가 약 1299달러(한화 약 174만원)로 책정된 것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엑스리얼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켄 엑스리얼은 "아우라는 주변 세상과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공간 컴퓨팅의 힘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투명한 렌즈와 경량 디자인, 제미나이, 그리고 출시 첫날부터 활용 가능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모두 갖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