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 성장' 한계 극복 위한 새로운 성장 공식 제시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른바 'K자형 성장'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성장이냐 분배냐를 따지는 과거의 이분법적 논쟁에서 탈피해,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특정 계층이나 소수 기업에만 이익이 쏠리는 '소수의 성장'을 지양하고, 모든 지역과 국민이 성장의 결실을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날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뚜렷한 V자형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양극화의 그림자를 경계했다. 그는 개개인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성장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질적 성장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36회나 사용하여 지난 연설(11회)보다 3배 이상 높은 빈도를 보였으나, 이는 단순한 양적 지표 확장이 아닌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성장 확산 예산'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사회 격차 완화와 미래 산업을 위한 전략적 투자
이 대통령은 사회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사회보장급여 자동주의 개편, 기초연금 및 4대 급여 인상,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 지역 확대 등을 제시했다. 동시에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동력 확보를 위해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확대, 반도체 생산 기반 구축 및 전문 인력 양성,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대전환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 '지원', '미래', '지방' 등의 키워드가 연설의 중심을 이루었다.
특히 예산안의 핵심 쟁점인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전략적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혁신적 재정 안정 장치라고 정의했다. 이 대통령은 추가적인 세수를 청년,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 및 인재라는 네 가지 핵심축에 집중 투입함으로써 국가 발전의 토대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미래 빚더미 기금'이라며 삭감을 주장하는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은 불황기에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시장 안정과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회 내 격렬한 대립과 예산안 처리 촉구
역대 최대 규모인 820조 9000억 원의 예산안을 두고 재정 건전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1.6%에서 48.3%로 하락할 것이라며 건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피력했다. 그는 국채 발행액 대부분이 기존 채무 상환에 쓰여 순증가분이 미미하다는 점을 설명했으나,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야유와 항의가 터져 나오며 연설이 일시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방해하는 의원들을 향해 의견을 내고 계속 진행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예산의 신속한 집행을 위해 국회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하며, 정부가 야당의 더 나은 대안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진행된 환담에서도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협조 불가 의사를 듣는 등 여야 간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또한 조희대 대법원장과는 짧은 인사만을 나누며 사법부 갈등의 긴장감을 드러냈다.
이날 국회 분위기는 지난 4월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이 대통령이 입당할 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피켓 시위를 벌이며 사법부 관련 구호를 외쳤고, 본회의장에서도 침묵 시위로 대응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박수로 대통령을 맞이했다. 연설 종료 후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배웅한 것과 달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는 빠르게 퇴장하며 날 선 대립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