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력 책임자의 이례적 비난 담화
김정식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아이언 메이스’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군수 담당자가 직접 이번 훈련을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야망이 우리를 핵으로 압살하는 데 있으며, 위험 수위가 매일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훈련이 여과 없이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는 핵무력 증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북·미 대화 국면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핵심 의제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지난 2일 담화를 통해 아이언 메이스를 우리 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목적으로 수행되는 가장 극악한 수준의 핵전쟁 시연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 9월 29일부터 나흘간 비공개 도상 연습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방안을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2024년부터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공동지침 이행을 위해 실시되어 온 훈련이다.
핵 개발 정당성 확보와 군사적 대응 강조
김 부부장은 미국의 행태를 '핵 공갈'로 명명하며, 이러한 위협에 맞서 핵력량을 부단히 강화해 온 북한의 노력이 얼마나 정당한지를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군의 연례 야외기동훈련인 ‘호국’을 비롯해 한·미 공군연합훈련인 ‘프리덤 플래그’, 그리고 미·일 연합군사훈련인 ‘킨 소드’까지 일일이 거론하며 핵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적대 세력들이 공개 혹은 비공개로 감행하는 강도 높은 군사 활동들은 우리가 더 강력한 핵 수단을 통해 적들을 구속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시사한다는 주장이다.
핵과 미사일의 개발 및 양산을 총괄하는 김 부부장은 과거에도 기술적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지난달 16일 한국 국방부가 극초음속활공비행체(HGV) 시험발사 결과에 대해 열 방호 성능을 구현했다고 발표하자, 그는 같은 날 담화를 통해 항공역학적 가열로 인한 표면 온도 상승과 도색 손상을 막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
이번 담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국방성이나 군 당국자가 아닌 실무 핵 책임자가 직접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를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북한이 핵 억제력 강화를 정당화하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발언이 전술핵 등의 실전 배치를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북·미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한·미·일의 군사훈련 중지가 북·미 대화의 선결 조건임을 강조하며, 이를 대미 협상 의제로 부각하려는 성격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