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철도 참사, 흔들리는 국가 안전망

스페인 마드리드 남쪽 톨레도 지역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충돌 사고의 인명 피해가 69명으로 집계되며 국가 철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 1월 발생했던 유사한 형태의 참사와 맞물려, 사고 이후에도 실효성 있는 안전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28일(현지시간) 엘파이스와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충돌로 인해 69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카스티야라만차주 당국은 부상자 중 15명이 생명이 위태로운 중태라고 전했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은 사고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한국인 10명 중 2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오류와 관제 실수가 부른 대형 사고

사고는 이날 오전 스페인 중부 톨레도 우르다역 부근에서 일어났다. 국영 철도기업 렌페(RENFE)가 운행하던 고속열차가 정차 중이던 민간 철도사 이리오(IRYO)의 열차를 들이받으면서, 이리오 열차의 객차 2량이 선로 옆 비탈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렌페 열차에는 397명, 이리오 열차에는 147명 등 총 544명의 승객이 탑승해 있었다. 당국은 자동 열차 제어 시스템의 장애로 운행이 전면 중단되었다가, 잘못된 관제 지시에 따라 운행을 재개한 열차가 충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월 안달루시아주 코르도바 아다무스 인근에서도 렌페와 이리오 열차가 연루된 충돌 사고가 발생해 46명이 사망하고 150명 이상이 다친 바 있다. 연이은 대형 참사로 인해 연간 4,500만 명의 이용객과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의존해 온 스페인 철도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했다. 언론인 라몬 곤살레스 페리스는 폴리티코 유럽판과의 인터뷰에서 1992년 고속철도 도입이 스페인의 현대화와 유럽 통합을 상징하는 지표였다고 언급하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산체스 정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0개월 만에 재발한 고속열차 충돌 사고에 대해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과실이 드러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하며, 이날부터 3일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현재 산체스 총리는 주거비 및 임대료 문제로 인한 민심 이반을 해결하고자 조기 총선을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다음 달 29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대형 참사는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