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의 핵심, 티맵의 이동 데이터

티맵모빌리티가 2022년 외부 자본을 유치했을 당시 산정된 기업가치는 2조 2000억 원 규모였다. 이는 2020년 SK텔레콤으로부터 분사될 당시의 평가액인 1조 원보다 2.2배 높은 수치다. 지난 21년 동안 내비게이션 시장을 선도하며 축적해 온 방대한 이용자 수와 이동 데이터의 가치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화되는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가 티맵모빌리티 인수를 검토하는 핵심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골드만삭스는 티맵이 보유한 이동 데이터가 향후 자율주행 시대를 이끌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차량이 단순히 경로를 안내하는 수준을 넘어, 도로 상황을 예측하고 안전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티맵은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분 70% 확보 노리는 골드만삭스의 승부수

골드만삭스는 이번 인수를 위해 7000억 원에서 최대 8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60~70%의 지분율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기업공개(IPO)가 지연되고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티맵모빌리티의 기업가치가 2022년 대비 낮아진 현 상황을 오히려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티맵모빌리티에 대한 매각설은 이미 2023년부터 제기된 바 있다. 2024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내비게이션 및 시스템통합(SI) 담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SK스퀘어 측에 경영권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 등으로 인해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그동안 티맵은 월간 이용자 수 1550만 명을 기록하는 등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앱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벤츠와 BMW 등 국내에 들어오는 20여 개의 수입차 브랜드 차량 115만 대에는 '티맵 오토'가 기본 내비게이션으로 탑재되어 있다.

수익성 개선과 사업 구조 재편의 성과

최근 티맵은 단순 길 안내 기능을 넘어 장소 추천과 콘텐츠 큐레이션 기능을 결합한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재무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 2835억 원, 영업손실 141억 원을 기록했으나 연간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141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6월에는 월간 기준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AI 및 데이터 솔루션, 완성차용 내비게이션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결실을 보고 있음을 증명했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온 전략도 주효했다. 2024년 12월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티(UT)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지난해 서울공항리무진과 대리운전 업체 굿서비스 등을 매각하며 체질 개선을 진행했다. 이어 올해 7월에는 공항리무진 지분까지 정리하며 버스 관련 사업을 모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략적 변화로 해석한다. SK스퀘어가 주요 비상장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티맵은 끝까지 보호하려 했던 자산이다. 최 회장은 모빌리티 데이터와 AI의 결합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SK그룹이 AI와 반도체 중심의 사업 재편에 집중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IPO 장애물 제거와 글로벌 확장성

6년 동안 진척되지 못했던 티맵모빌리티의 상장 사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SK스퀘어는 2021년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 IPO를 검토했으나, 영업손실 지속과 성장 둔화로 기업가치를 증명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또한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 상장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각도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주인이 될 경우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중복 상장 논란이 해소됨은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파트너로 두게 되어 투자 유치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인수 후 인수 금액만큼 추가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사업 및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투자자와의 협력은 티맵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해외 모빌리티 플랫폼 투자 성공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100억 엔(약 950억 원)을 투자한 일본 1위 택시 호출 플랫폼 '고(Go)'는 올해 6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1860억 엔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고(Go)는 확보한 투자금을 로보택시 R&D와 M&A에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