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목적을 다시 묻는 시니어들
디지털 도구 활용에 능숙한 한국과 일본의 고령층들은 자신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자문하고 있다. 취재의 관점 또한 단순히 ‘노인을 위한 인공지능의 존재 여부’를 넘어 ‘노년의 삶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옮겨갔다. 이들에게 인공지능은 찬반 논쟁의 대상이라기보다, 일상의 범위를 확장하거나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반면, 고도의 첨단 기술보다는 적정한 수준의 IT 기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존재한다. 한일 양국의 시니어 4명과 대화하며, 인공지능을 바라보고 활용하는 다채로운 시각을 확인했다.
재난의 아픔에서 탄생한 반려로봇
반려로봇 ‘네코짱’의 뿌리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유명 완구 기업인 ‘다카라 토미’의 임원을 역임했던 나카다 아츠시(73) 대표는 사회적 근간이 흔들리는 재난을 목격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그동안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상품만을 만들어온 것은 아닌지 자문하며, 남은 생애 동안 어떻게 가치 있는 일을 할지 고민했다. 이러한 성찰은 ‘가족의 행복을 만드는 회사’를 세우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고, 15년 전 반려로봇 전문 기업인 ‘트렌드 마스터’가 설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위치한 트렌드 마스터의 주력 모델은 ‘나데나데 네코짱(쓰담쓰담 냥이)’이다. 이 로봇은 20여 가지의 소리를 구현하며, 사용자가 등을 쓰다듬으면 울음소리를 내고 목을 만지면 가르릉거리는 반응을 보인다. 꼬리를 당기면 싫다는 듯한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는 스마트폰 스크롤 원리와 유사한 마찰 정전기 방식으로 동작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고양이와 흡사한 외형 덕분에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재현해달라는 개별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주로 카탈로그 통신판매나 홈쇼핑을 통해 유통되는 이 제품은 한 마리당 약 2만 엔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트렌드 마스터의 매출은 약 7천만 엔 규모에 달한다.
고령층의 고립을 막는 정서적 매개체
트렌드 마스터의 주요 고객층은 고령자들이다. 일본의 경우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에게는 유기동물 분양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을 먼저 보낸 뒤 나이 때문에 새로운 동물을 맞이하기 어려운 노인들이나, 요양 시설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 이들에게 네코짱은 큰 위로가 된다. 나카다 대표는 요양원에서 식사를 거부하는 노인들에게 로봇이 배고파한다는 핑계로 식사를 유도하며, 이들의 활동성을 높이고 돌봄 인력과의 소통을 돕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 일본 정부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네코짱이 노인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35%의 효과가 있음을 강조했다.
첨단 AI 대신 선택한 인간 존엄의 기술
물টি 네코짱의 기능은 소리를 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스스로 움직이거나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능은 결여되어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카다 대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관절의 움직임이나 심장 박동을 구현하는 방향은 지향하지만, AI를 도입해 기능을 늘리는 것에는 신중하다. 고가의 비용 문제와 복잡한 사용법, 사후 서비스의 어려움,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 때문이라는 이유다. 90~100세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의 노인들에게는 네코짱이 주는 정서적 위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나카다 대표는 2년 전 별세한 아버지가 충견 ‘하치코’를 재현한 로봇을 아꼈던 일화를 전하며, 죽을 때 관에 함께 넣어달라는 유언을 지켰던 기억을 공유했다. 인공지능 학습에 매진하는 한국의 시니어들과 비교하면 그는 다소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의 철학은 확고하다. 무언가에 애착을 느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지키는 것,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끝까지 유지하도록 돕는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다. 비록 AI와 거리를 두더라도, 그는 노인들이 삶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의 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