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과 길이 한계 극복한 섬유형 아연전지

길이가 1m에 달하는 섬유 형태의 배터리가 1만 차례의 굽힘 테스트를 거쳐서도 초기 용량의 89.8%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초물성전도소재연구센터의 김남동·정현수 박사 연구팀은 전북대학교, 카이스트(KAIST), 강원대학교와 협력하여 섬유형 아연전지의 생산 길이를 늘리고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존에 약 10㎝ 수준에 불과했던 섬유형 아연전지를 1m 길이로 대폭 확장하여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배터리는 800회의 충·방전 사이클을 수행한 이후에도 85%의 용량 유지율을 보였으며, 1만 번의 반복적인 구부림 시험을 통과하고도 초기 용량의 89.8%를 보존하는 탁월한 내구성을 입증했다.

덴드라이트 억제와 연속 생산 공정 혁신

물 기반 전해질을 활용하는 섬유형 아연전지는 화재나 폭발 같은 위험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충전과 방전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전극 표면에 나뭇가지 형태의 결정체인 '덴드라이트'가 형성되어 성능이 저하되는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해 왔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나노튜브를 밀도 있게 배치하고 표면에 산소 기능기를 결합함으로써 아연이 균일하게 쌓이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구조는 덴드라이트의 성장을 막을 뿐만 아니라 수소 발생과 부식 현상까지 동시에 억제한다.

또한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정 개선도 이루어졌다. 섬유를 공급하는 단계부터 아연 도금, 세척, 건조, 그리고 권취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단일 장치 내에서 연속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긴 길이를 가진 전극을 매우 균일한 품질로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웨어러블 기기부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스마트 의류를 비롯해 웨어러블 센서와 전자피부 분야에 폭넓게 쓰일 전망이다. 특히 제작 속도와 내구성을 추가로 보완한다면, 배터리 삽입이 까다로운 휴머노이드 로봇의 프레임 내부나 관절 부위 등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연구 성과는 지난 7월 2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를 통해 온라인에 공개되었다.

김정길 전북대학교 이차전지공학과 교수는 연속 생산 공정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임을 밝히며,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피지컬 AI 기기의 구조와 공간적 특성에 최적화된 전원 기술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