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에서 시작된 따뜻한 나눔의 여정

지난 27일 오후 2시경,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성지고등학교 급식실은 점심 배식이 마무리된 후에도 활기가 넘쳤다. 학생과 교직원 1,100여 명을 위한 식사가 끝난 뒤, 조리실무사들은 다시금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식판을 세척하는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한쪽에서는 통마늘닭봉숯불구이와 털레기수제비국 등이 특수 제작된 보온·보냉 용기에 정갈하게 담겼다. 이는 먹다 남은 잔반이 아니라, 조리 과정에서 넉넉하게 만들어졌으나 배식대에 오르지 못한 '예비식'이다. 이 음식들은 지역 내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소중한 한 끼로 변모하기 위한 첫 단계를 밟고 있었다.

성지고에서는 통상 전체 조리량의 약 10%가 예비식으로 남는다. 최근에는 대입 수시 합격생들의 출석 변화 등으로 인해 잔여량이 다소 늘어난 상황이다. 이날 성지고에서 포장된 음식은 털레기수제비국(6.82kg), 통마늘닭봉숯불구이(23.8kg), 오이도라지무침(3.18kg), 배추겉절이(2.8kg), 스틱김자반(0.2kg)을 합쳐 총 36.8kg에 달했다. 오기옥 성지고 영양교사는 조리실무사들과 나눔의 취지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했다고 강조하며, 매일의 업무가 학생들을 넘어 지역사회와 환경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디지털 플랫폼과 콜드체인으로 지켜낸 식품 안전성

오후 2시 10분경, 용인시학교급식지원센터의 냉장 탑차가 성지고 급식실 앞에 도착해 포장된 음식들을 실었다. 차량 내부 온도는 영하 5.3도에서 5도 사이를 유지하며 신선도를 확보했다. 차량은 곧바로 인근 신갈고로 이동해 한우콩나물밥(21.7kg), 맑은미역국(17.2kg), 감자채피망볶음(7.3kg), 바나나(5.4kg) 등 총 51.6kg의 예비식을 추가로 수거했다. 올해 보건복지부 지침이 개정됨에 따라 복지시설의 직접 수령이 금지되고 전담 인력과 차량을 이용한 '안전 수거'가 의무화되면서, 용인시는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매주 화·수·목요일마다 정기적인 수거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는 '넥스트 테이블'이라는 디지털 플랫폼 앱이 도입되어 전 과정을 관리한다. 이 앱을 통해 수거량과 식품의 위생 상태는 물론, 탑차의 이동 시간과 적재함 온도, 기부된 품목의 중량 및 최종 수혜 인원까지 실시간으로 이력이 추적된다. 두 학교에서 수거된 총 88.4kg의 예비식은 오후 2시 40분경 기흥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용인시자원봉사센터 소속 봉사자 20여 명이 음식 상태를 재검수한 뒤, 밥과 국, 반찬을 1인분씩 나누어 총 53개의 도시락을 완성했다. 20년 이상 봉사해온 김선화(65) 씨는 고영양의 학교급식을 나누는 일이 매우 보람차다고 말했다.

1시간 30분의 기적, 어르신 밥상으로 이어지다

완성된 도시락은 인근 영구임대주택단지 관리사무소로 즉시 배달되었다. 안내 방송이 송출된 오후 3시 30분부터 홀몸 어르신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성지고에서 시작된 수거부터 신갈고 경유, 복지관의 소분 작업, 그리고 어르신들의 손에 전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시간 30분에 불과했다. 콜드체인 물류망과 신속한 현장 연계 덕분에 음식의 신선함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도시락을 받은 한 70대 어르신은 혼자 살면 식사를 거르기 쉬운데, 고기와 과일이 포함된 제철 음식을 선물 받아 기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용인시의 이번 2학기 시범사업은 성지고와 신갈고를 대상으로 7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예산에는 전용 용기 제작비와 수거·운반비, 플랫폼 운영비, 영업배상책임 보험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안애란 용인시 자치분권과 민간협력팀장은 신선 식품의 특성을 고려해 '당일 배송, 당일 섭취'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으며, 내년에는 참여 학교를 10여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쓰레기 처리비용 절감과 민·관·학 협력의 필요성

전국적으로 학교급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연간 20만 톤에 달하며, 이를 처리하는 데만 383억 원이 소요된다. 경기도 내에서만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수원시가 시범사업을 통해 처리비 절감과 탄소 배출 감축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내 2,500여 개 학교의 잔식 기부 참여율은 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식중독 책임에 대한 부담과 추가적인 작업 피로도, 물류 지원의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성지고와 신갈고의 사례처럼 학교가 음식을 준비하고 지자체와 급식지원센터가 안전한 물류를 책임지는 민·관·학 협력 모델의 정착이 절실하다. 김민선 용인교육지원청 학교급식2팀장은 제도 안착을 위해 현장 및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