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설악산 봉정암에서 마주하는 경건한 몸짓

설악산의 험준한 능선 위, 해발 1244m 지점에 위치한 명찰 봉정암에서는 주변 경관보다 더 강렬한 장면이 펼쳐진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석가사리탑(보물 제1832호) 앞에는 장노년층들이 모여들어 오체투지를 하거나 합장하며 간절히 배례하는 모습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지리산 법계사(1450m)보다 약 200m 낮은 고도에 자리하고 있으나, 그 접근성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인제 백담사에서 출발할 경우 편도 10.6km, 즉 50리 길에 달하는 산행을 견뎌야 하며, 이는 노약자들에게 매우 고된 여정이다. 하지만 이토록 먼 곳까지 올라와 육신을 낮추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녀들이 부모의 이토록 절실한 마음을 알게 된다면 어찌 헛된 유혹에 빠지며 목표를 향한 정진을 게을리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험생을 향한 강원도 곳곳의 특별한 응원

수능 시즌이 다가오자 강원도 전역의 명소들은 기도를 올리는 이들로 북적인다.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한 설악산 봉정암은 물론이고, 국내 3대 관음성지로 꼽히는 양양 낙산사, 장원급제의 기운이 서린 화천 미륵바위, 3,000개의 돌탑이 장관을 이루는 강릉 왕산 모정탑길, 그리고 태백산과 대관령의 국사성황당 등이 주요 기도처로 주목받는다. 특히 '구도장원공'이라 불리는 율곡 이이 선생의 탄생지인 강릉 오죽헌은 수험생들을 위한 별도의 응원 이벤트를 준비했다. 아홉 차례의 시험을 모두 수석으로 통과한 천재의 기운을 나누기 위함이다. 이번 행사는 조선시대 과거제와 교지를 주제로 한 '한 장의 종이, 한 사람의 인생' 특별 전시와 함께 진행되며, 참여자 중 100명을 추첨해 수능 당일인 11월 19일에 경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변치 않는 아날로그적 간절함

수년간 쌓아온 수험생의 노력이 단 하루의 시험으로 결정되는 현실은 분명 가혹한 면이 있다. 수험생을 배려해 비행기 소음을 조절하거나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을 늦추는 사회적 배려가 존재하지만, 당사자와 가족들이 느끼는 절실함까지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시험의 형태는 더욱 첨단화되고 디지털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봉정암을 향해 걷는 기원의 발걸음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정감을 유지하며 지속될 것이다. 인간이 품는 간절한 심성은 디지털 문명으로도 다스릴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