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에서 쏟아진 K-바이오 항암 신약 임상 성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2026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3일부터 27일(현지시간)까지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에서 에이비엘바이오와 보로노이를 포함한 여러 국내 기업들은 난치성 암을 겨냥한 차세대 항암 후보물질의 임상 데이터를 잇달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이 밖에도 리가켐 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 신라젠 등은 이중항체 및 표적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노바브릿지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지바스토미그(ABL323)'의 임상 1b상 추가 분석 수치를 공개했다. 해당 약물은 암세포의 클라우딘18.2(CLDN18.2)와 면역세포 활성 인자인 4-1BB를 동시에 겨냥하는 기전을 가진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Grabody)'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지바스토미그는 이번 임상에 8㎎/㎏ 투여군 31명과 12㎎/㎏ 투여군 40명 등 총 71명의 피험자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안전성과 유효성 및 장기 추적 데이터를 검토한 끝에 8㎎/㎏을 차기 임상용 용량으로 확정했다.
지바스토미그, 저발현 환자군에서도 높은 반응률 확인
임상 데이터 분석 결과, 유효성 평가가 가능한 8㎎/㎏ 투여군 29명 중 23명에게서 종양 감소가 관찰되어 79%의 객관적반응률(ORR)을 기록했다. 질병통제율(DCR) 또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CLDN18.2 발현율이 75% 이상인 환자군에서는 82%의 ORR이 나타났으며, 발현율이 1~74%인 환자군에서도 75%의 반응률을 기록해 기존 치료제의 사각지대였던 저발현 환자들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노바브릿지는 미국 FDA와 지바스토미그의 글로벌 3상 임상 설계를 논의 중이며, 이미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및 패스트트랙 지정을 마친 상태다.
변이 고형암 환자 12명 중 5명이 부분반응을 보였으며, 세부적으로는 EGFR 변이 환자 7명 중 3명이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EGFR Exon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3명 전원이 부분반응을 보였다. 또한 '엔허투'를 포함해 7차례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도 폐 병변이 56.1% 감소하고 뇌 병변 크기가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보로노이는 변이 암종에 대한 임상 결과로 기술력을 증명했다.
루닛, AI 병리 기술로 美 서밋 테라퓨틱스와 협력
루닛은 지난 26일, 미국의 나스닥 상장사 서밋 테라퓨틱스와 차세대 면역항암제 '이보네시맙'의 바이오마커 발굴을 위한 연구 협력을 시작한다고 공표했다. 서밋 테라퓨틱스는 중국 아케소로부터 이보네시맙의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지역 상업화 권리를 확보해 글로벌 임상을 주도하고 있다. 이보네시맙은 암세포의 면역 회피를 막는 PD-L1과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VEGF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항체로, 현재 비소세포폐암, 담도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세계폐암학회(WCLC)에서는 키트루다 대비 전체생존기간(OS)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서밋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이보네시맙과 자사 ADC의 병용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협력에서 루닛은 자사의 AI 기반 병리 분석 기술을 제공한다. 루닛의 기술은 H&E 염색 슬라이드를 분석해 종양미세환경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양사는 이를 통해 이보네시맙에 잘 반응할 환자군을 선별할 바이오마커를 찾을 계획이다. 이는 환자별 치료 반응 차이의 원인을 규명하고 임상 설계 및 환자 선별 전략을 정교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병리 진단 기술이 신약 개발의 핵심 영역으로 확장된 이번 소식에 루닛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0% 급등한 1만469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