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대역의 활용과 현대의 리스크

과거 독재자 스탈린은 수많은 암살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수의 대역을 활용했다. 스탈린의 외모를 닮은 한 배우 지망생은 그의 특유한 웃음과 연설 방식,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수년간 완벽하게 습득하여 열병식 등 주요 행사에 대신 모습을 드러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 역시 전략적 기만술을 사용했다. 그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기밀을 유지하고자 자신과 흡사한 외형을 가진 영국군 중위를 북아프리카 전선으로 보내 독일군을 혼란에 빠뜨렸다.

현대와 같이 영상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대역을 사용하는 행위는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망신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권력자를 둘러싼 대역설과 같은 음모론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2023년 크림반도 방문 당시 공개된 영상이 대역이라는 의혹을 받았으나, 미·영 정보 당국은 해당 주장이 근거 없음을 공식 확인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또한 중병설이나 실각설이 돌다가 행사에 등장하면 영상 조작설이나 대역설이 뒤따르는 양상을 보인다.

김정은을 둘러싼 끊임없는 의혹과 논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음모론의 중심에 서 있다. 초고도 비만 상태로 인한 건강 악화 가능성과 후계 구도에서 어린 딸이 거론되는 상황이 이러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정황상 음모론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것이 정상이다. 이러한 의혹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것은 결국 대책 없는 음모론자로 전락하는 길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미국 내 중국 반체제 인사인 셰완쥔이 SNS를 통해 김정은의 사망설을 유포한 바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20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김정은이 직접 행사에 참여한 사진을 공개하며 대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당 사진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과거 사진을 재가공한 조작물이라는 새로운 의혹이 일어났다. 특히 24일 김정은이 중국 단둥을 급작스럽게 방문했다는 소식에 대역설까지 제기되었다. 이는 대중이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어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