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키티의 선택, '모두 사이좋게' 이념 지키기 위해
헬로키티와 시나모롤 등 글로벌 캐릭터로 잘 알려진 일본 기업 산리오가 중국 내 여론 악화를 불러온 특정 일본 드라마와의 협업을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산리오의 중국 현지 법인인 산리오 국제무역유한공사는 지난 28일 일본 TBS의 드라마 <비방트>와 진행하려던 협업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산리오 측은 이번 결정을 내리며 여러 관계자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해당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것이 '모두 사이좋게'라는 자사의 핵심 기업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새로운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는 관련 심사 과정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위대 요원 묘사와 중국 고문 장면이 촉발한 갈등
이번 협업 중단 사태는 지난 7월부터 방영을 이어온 드라마 <비방트> 시즌 2를 향한 중국 측의 거센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해당 드라마는 일본 자위대의 비밀 조직 요원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산리오는 이 드라마 속 비밀 요원의 복장을 한 헬로키티 등 캐릭터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방영분에서 중국 조직이 일본 요원을 납치해 손가락을 절단하는 등의 잔혹한 고문을 가하는 장면이 등장하며 논란이 가열되었다.
특히 지난해 시즌 1에서는 가상의 테러 집단을 등장시켰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에서는 실제 국가인 중국을 적대적인 세력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비판의 핵심이다. 중국중앙TV(CCTV)를 비롯한 중국 내 주요 매체들은 이 드라마가 자위대의 해외 활동을 미화하고 국가 간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극 중 중국 조직의 고문 방식이 과거 일본군이 항일 의사들에게 행했던 고문 형태와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중국 매출 비중 고려한 산리오의 고육지책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가 지난 29일 '헬로키티는 일본 우익과 함께 춤을 춰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내놓으며 산리오를 정면으로 겨냥하자, 산리오는 결국 협업 포기라는 결단을 내렸다. 산리오의 중국 시장 내 영향력은 매우 막강하다. 2026년 상반기 기준 산리오의 중국 매출액은 약 7억 8,100만 위안(한화 약 1,568억 원)에 달하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나 급증한 수치다. 막대한 중국 매출을 고려할 때 산리오의 이번 결정은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