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로 구현된 대형 SW 복제본의 등장
코딩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고 있습니다. 소수의 개발자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거대 기업의 제품을 단기간에 모방해 내면서, 구독형 서비스 모델이 붕괴할 수 있다는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높은 구독료에 부담을 느껴온 사용자들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개발 장벽이 낮아지며 기존 시장 질서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아트크래프트’라는 개발 업체는 지난 9월 말부터 어도비의 주요 창작 도구들을 모방한 무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을 연이어 선보였습니다. 포토샵을 재현한 ‘포토크래프트’를 시작으로 라이트룸을 본뜬 ‘라이트크래프트’, 일러스트레이터를 모방한 ‘벡터크래프트’, 프리미어 프로를 겨냥한 ‘필름크래프트’가 그 대상입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어도비 제품 특유의 작업 화면 구성과 도구 배치, 단축키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매우 유사하게 구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깃허브 트렌드 1위 석권과 MS 오피스 모방
이러한 시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아트크래프트가 공개한 프로그램들은 깃허브와 레딧을 통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는데, 특히 포토크래프트는 공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깃트렌드의 일간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앤트로픽의 AI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 5.5’와 프로그래밍 언어 ‘러스트(Rust)’가 핵심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아트크래프트 측은 이 기술들을 활용해 단 몇 주 만에 어도비의 핵심 기능들을 재구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제품군을 겨냥한 움직임도 포착되었습니다. 엑셀과 파워포인트, 워드를 각각 모방한 ‘그리드크래프트’, ‘덱크래프트’, ‘워드크래프트’가 공개된 것입니다. 특히 워드크래프트는 깃허브에서 약 1만 6,600개의 스타를 확보하며 높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클로드 오퍼스 5.5 모델과 러스트 언어를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기능 구현 수준과 저작권 분쟁 가능성
현재 이들 프로그램의 기능 구현 수준은 초기 단계임에도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트크래프트의 자체 평가 결과, 포토크래프트는 포토샵 주요 기능의 약 76%를 구현했으며 실무 활용 준비도는 45%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벡터크래프트(62%), 라이트크래프트(59%), 필름크래프트(56%) 순으로 업무 준비도가 확인되었으며, MS 오피스 대체 프로그램 3종의 준비도는 50~60% 사이입니다. 개발진은 향후 수개월 내에 포토크래프트의 기능을 원본인 포토샵과 99%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창작 분야의 표준이었던 어도비는 높은 구독료와 중도 해지 수수료 문제로 사용자들의 불만이 쌓여온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오픈소스 프로그램들이 폐쇄적인 생태계를 탈피할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 논란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아트크래프트는 기존 소스코드를 쓰지 않고 기능만 분석해 새로 만드는 ‘클린룸 설계’ 방식을 적용했다고 주장하지만, 화면 구성이나 아이콘 등을 유사하게 만든 점은 향후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적 한계와 시장의 변화 전망
물론 기존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포토크래프트는 아직 전문적인 편집 기능이나 파일 호환성 측면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못한 초기 상태입니다. AI를 통한 단기 개발 방식인 만큼 코드의 안정성, 보안 취약점, 파일 처리 과정에서의 오류 등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기업들이 쌓아온 기술적 진입장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과거에는 복잡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했으나, 이제는 소수 인원이 AI를 통해 유사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구독형 서비스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과 사업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