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의 시험대, 앤스로픽의 상장 행보

생성형 인공지능 '클로드'의 개발사 앤스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번 상장은 인공지능 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열기와 시장의 가치 산정 능력을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상장 절차를 시작했다. 구체적인 기업가치 목표나 공모 규모, 정확한 상장 일정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으나, 업계에서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인 11월 중순경 상장이 성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장 후 앤스로픽의 티커 심볼은 'ANT'가 될 예정이다.

이번 공모 규모는 과거 스페이스X가 IPO를 통해 약 857억 달러를 조달하며 세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거나, 그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앤스로픽의 최종 공모 조달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폭발적 매출 성장과 막대한 인프라 비용

공개된 증권신고서에는 앤스로픽의 급격한 성장세와 동시에 나타난 대규모 순손실이 공존하고 있다. 앤스로픽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3억 달러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기록했던 12억 달러와 비교해 13배가 넘는 폭발적인 증가치다.

반면 같은 기간 순손실은 807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상반기(130억 달러)보다 크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는 전환사채의 공정가치 변동에 따른 평가손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단순 수치만으로 기업의 실제 영업 상태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 영업손실은 6억 93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의 21억 달러보다는 오히려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비용 지출도 확인되었다. 앤스로픽은 올해 상반기에만 컴퓨팅 파워와 관련 인프라에 약 89억 달러를 투입했다. FT의 보도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이 회사가 약정할 지출 규모는 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앤스로픽은 2025년 말 이후에 체결될 최소 4147억 달러 규모의 신규 컴퓨팅 계약 건을 신고서를 통해 밝혔다. 결국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연산 자원을 얼마나 신속하게 수익으로 전환하느냐가 상장 후 기업 가치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AI 위험성 경고와 기업가치 전망

앤스로픽은 기술적 위험성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신고서에는 AI 모델이 기존의 안전장치를 우회하거나 감시 체계를 무력화할 가능성, 그리고 자율적 AI가 인류에게 재앙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명시되었다.

WSJ는 AI 관련 위험 요인을 설명한 내용만 해도 94페이지에 달한다고 전했다. 앤스로픽은 이러한 잠재적 피해 규모가 일반적인 보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AI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온 기업이 상장을 준비하며 자사 기술의 위험성을 직접 고백한 셈이다.

기업가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지난 5월 비상장 단계에서 965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앤스로픽은, 최근 시장에서 IPO 기업가치가 1조 5000억 달러에서 1조 7500억 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이전에 거론되던 2조 달러 이상의 전망치보다는 다소 낮아진 수치다. 최종 가치는 투자 수요 조사 이후 결정된다. 한편 앤스로픽의 상장 소식에 엔비디아, 마이크론, 인텔, AMD 등 주요 반도체주를 포함한 AI 관련주들이 뉴욕증시에서 상승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