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독주와 제조 현장의 불균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들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동시에 달성했다. 두 반도체 거인의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190조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이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마주한 현실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29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3분기 중소기업의 수출액은 역대 3분기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조업 현장의 온기는 체감되지 않는다. 지난 8월 중소제조업 생산 지표는 전년 동월 대비 4.0% 감소했으며, 11월 경기전망지수 또한 두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화장품과 반도체 분야의 수출은 급격히 늘었으나 자동차를 비롯한 타 업종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 호황의 성과가 산업 전반의 고용이나 생산 회복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심화되는 수익성 격차와 고금리의 압박
기업 규모에 따른 수익성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6.7%로 개선된 반면, 중소기업의 이익률은 2.8%까지 밀려나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의 비중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중소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9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4.63%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한 달 사이 0.2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대기업과 비교해 금리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상승 폭도 더 가파르다. 가계대출 금리가 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금융 비용 부담으로 인해 투자와 고용을 축소하고, 가계는 이자 부담에 소비를 줄이게 된다. 이는 결국 내수 기업의 매출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기술 격차로 이어질 양극화 우려
정부는 중소 제조기업의 로봇 및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2030년까지 5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장 매출이 줄고 이자 비용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이러한 전환에 참여할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기업들만 정부 지원을 받아 기술 혁신을 이루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은 도태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정상 기업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AI 도입 시 발생하는 인력 운영비와 자기 부담금 지원책을 기업별 상황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수익성 격차가 미래 기술력의 격차로 고착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경쟁력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5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2030년까지 AI를 도입하는 중소 제조기업은 전체의 1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여, 나머지 90%의 기업들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