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4주년과 삼성의 위기 극복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회장직을 수행한 지 4주년을 맞이했다. 이 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4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때부터였으나, 정식으로 회장 직함에 오른 것은 선대회장 타계 후 2년이 지난 2022년 10월 27일이었다.
과거 최지성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이 부회장이 회장직 취임을 망설였던 배경에 대해, 병상에 계신 선대회장의 도리를 다하기 위함이었다고 회고했다.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는 다른 시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이유로 취임을 서두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회장이 결국 회장직을 수락한 배경에는 거대한 위기에 대한 직감이 작용했다. 취임 당일이었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약 30% 급감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경영 안정화와 글로벌 네트워크의 결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승진을 알리며 이사회를 통해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확보, 그리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짧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별도의 화려한 취임식이나 연설은 없었으나, 이 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난 몇 년간 삼성이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하고 기존 시장에서 추격자들에게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는 위기감을 직접 표명했다. 실제로 그 이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14조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그러나 이 회장 취임 이후 4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3분기 영업이익 107조 원이라는 경이로운 반전을 이뤄냈다.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생성형 AI 열풍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불러온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치맥 회동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협력의 발판이 되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만남은 차세대 자율주행 칩(AI6) 파운드리 계약으로 이어졌다. 또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글로벌 리더들과의 협력 모색은 '삼성전자 1호 영업사원'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과거의 결단이 주는 교훈과 AI 시대의 과제
이 회장의 인맥은 단순히 친목을 넘어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위기 돌파의 실마리를 찾는 도구였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당시,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임을 직감했다. 2009년 미국 버라이즌 CEO 등 통신사 경영진을 만난 뒤, 그는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아이폰을 사용해 보지 않고 어떻게 경쟁사를 이길 수 있겠느냐며 전원 구매를 지시했다. 이 결단은 피처폰 중심이었던 무선사업부를 스마트폰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국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세계 1위의 자리에 오르는 동력이 되었다.
이제 삼성은 AI라는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빌 게이츠가 언급했듯 인류가 진화하는 수준의 격변기 속에서, 이 회장이 취임 당시 강조했던 '엄중한 현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의 영업이익 수치에 안주하기보다, 2009년의 문제의식처럼 시장의 변화에 맞춰 조직과 기술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세상에 없던 기술로 다음 세대를 먼저 여는 능력이야말로 AI 시대 삼성전자가 증명해야 할 진정한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