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노출보다 표현의 목적과 비중이 관건
지난 10월 29일 부산 동래구 농심호텔에서 개최된 '2026, 부산' 교육 세미나에서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의 심의 기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이용민 위원은 성기가 노출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등급 거부 판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표현이 예술적 측면에서의 단순한 표현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심의를 통과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위원은 특히 락스타게임즈가 개발 중인 오픈월드 범죄 액션 게임 'GTA6'를 예로 들며 위원회 내부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가상의 레오니다주를 배경으로 주인공 제이슨과 루시아의 범죄 이야기를 다루는 이 게임은, 국내에서 성기 노출 등 고수위 선정성 표현이 등급 거부 사유가 될지를 두고 큰 관심을 모았다. 사무국 측은 영상 연출이나 배경의 일부로서 성기가 드러나더라도 이용자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없는 형태라면 청소년이용불가로 분류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최근 위원회의 판단 기준이 변화함에 따라 기존에 배포된 가이드라인과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용민 위원은 게임 내 상황이나 맥락, 그리고 특정 요소가 얼마나 중점적으로 다뤄지는지를 토대로 논의가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검토된 게임들 역시 노출 수위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해당 표현이 게임의 핵심적인 내용을 구성하는지에 대해 위원들 간의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수정 거부로 인한 등급 거부 사례와 조작성의 영향
심의 과정에서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로 인해 등급을 받지 못한 구체적인 사례도 공개되었다. 사무국의 설명에 따르면, 성기와 성행위를 상세하게 묘사한 한 게임이 두 차례의 심의를 거쳤으나 최종적으로 등급 거부 판정을 받았다. 사무국은 가림 처리와 같은 수정 의사를 확인했으나, 해당 기업이 원작의 훼손을 우려해 수정을 거부하면서 결국 심의 통과가 무산된 것이다.
이어지는 질의응답에서 중요 부위가 가려진 상태의 노출이 15세 이용가로 분류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 위원은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요 부위를 은폐했더라도 게임의 목적이나 자극성, 표현 방식에 따라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원석 위원은 노출되는 면적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조작 가능성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용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노출 면적이 적더라도 등급이 상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신체 부위의 움직임이나 확대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며, 반대로 화면상 표현 수준에 따라 노출이 많아 보여도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이 위원은 게임별로 표현 방식이 워낙 다양해 노출 비율만으로 등급을 수치화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하며, 판단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과거 사례와 비교하며 논의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샌드박스형 게임의 반복 이용과 가이드라인의 한계
사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반복해서 즐길 수 있는 샌드박스형 게임의 특성에 대해서도 질문이 제기되었다. 선정적 표현의 전체 비중이 낮더라도 이용자의 선택에 의해 해당 부분만 지속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에 대해 정은영 위원은 게임 내용 중 선정성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등급을 판단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를 기계적인 비율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으며, 반복 이용 가능성을 별도의 기준으로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나 방식을 제시하지 않았다.
사무국은 현재 운용 중인 가이드라인이 초기 단계인 만큼, 표현의 빈도나 검토 요소별 가중치를 정량적으로 산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국 측은 향후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위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매년 공개함으로써, 심의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