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의 본질은 주파수가 아닌 효율성

퀄컴의 독자적 아키텍처인 '오라이언' 설계를 진두지휘했던 제러드 윌리엄스가 최근 반도체 성능 향상의 핵심은 작동 클록이 아닌 아키텍처의 효율성에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30일(현지시간) 윌리엄스는 자신의 SNS인 X(구 트위터)를 통해 설계 과정에서 얻은 가장 값진 교훈 중 하나로, 현재 내리는 아키텍처에 대한 결정이 미래의 성능 마진을 좌우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단순히 주파수를 높이거나 전력 소비를 늘리는 것이 진정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훌륭한 아키텍처란 클록 사이클당, 그리고 와트당 수행하는 작업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테랑 설계자의 발자취와 오라이언의 탄생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권위자인 윌리엄스는 애플과 퀄컴 등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핵심적인 설계 역할을 수행해 온 인물이다. 그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애플로 자리를 옮겨 아이폰의 심장인 A시리즈 프로세서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2019년에는 과거 애플 시절 동료들과 함께 반도체 스타트업 '누비아'를 설립했으며, 2021년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함에 따라 수석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윌리엄스가 이끈 오라이언 아키텍처는 이후 스냅드래곤 X 엘리트와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등 최신 프로세서에 탑재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그는 올해 1월 퀄컴을 떠난 뒤, 4월에 존 브루노, 람 스리니바산 등 옛 동료들과 함께 '누바코어'를 새롭게 세웠다.

클록 속도 한계에 부딪힌 반도체 기업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미 클록 속도 중심의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던 사례들이 존재한다. 인텔의 경우 2004년 당시 4GHz 작동 클록 달성을 목표로 차세대 프로세서 개발을 추진했으나, 극심한 발열과 전력 소모 문제로 인해 해당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대신 인텔은 노트북용 펜티엄 M 설계를 토대로 전력 효율을 우선시하는 코어 아키텍처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2006년 전력 소모를 낮추면서도 성능을 개선한 코어2 듀오(콘로) 및 코어2 익스트림(켄츠필드)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AMD의 부활과 새로운 도전

반면 AMD는 클록 속도 경쟁에서 밀려난 뒤 아키텍처 혁신을 통해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AMD는 2011년 최대 4.5GHz 클록을 목표로 한 8코어 프로세서 '불도저'를 선보였으나, 인텔과 비교했을 때 성능과 전력 효율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2017년 IPC(클록당 명령어 처리량)와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반전을 이뤄냈다. 이를 계기로 AMD는 2020년 이후 인텔과의 경쟁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했다. 한편 윌리엄스가 설립한 누바코어는 기존 아키텍처의 제약을 넘어 거대언어모델(LLM) 대응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