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격차 해소하는 원격중환자실 네트워크
지역 의료기관의 중환자 진료를 대형병원의 전문 인력이 원격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전국 4개 권역으로 범위를 넓힌다. 중환자실을 전담할 전문의가 부족한 병원에서도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신속한 협진이나 전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협력망을 강화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존 경기와 인천 지역에 이어 강원과 충북, 그리고 서울까지 '원격중환자실(e-ICU) 협력 네트워크 구축사업'이 확대된다. 강원·충북 권역은 이미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으며, 서울 권역은 다가오는 11월 1일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원격중환자실 시스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권역 내 거점병원과 지역 협력병원의 중환자실을 하나로 연결한다. 거점병원의 통합관제센터는 협력병원 중환자의 이상 징후와 상태를 원격으로 상시 모니터링하며, 의료진 간의 자문이나 협진, 환자 전원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문의 배치 불균형이 불러온 진료 역량 차이
이번 사업 확대의 배경에는 의료기관별로 나타나는 중환자 진료 역량의 현격한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제4차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배치율은 100%를 기록한 반면, 종합병원의 배치율은 37.6% 수준에 머물렀다. 평가 점수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이 95.3점을 받은 것에 비해 종합병원은 63.8점에 그쳐 31.5점의 격차를 보였다.
강원·충북 권역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실제 환자들의 의료 이용 패턴을 중심으로 협력 체계를 짠 첫 번째 사례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거점 역할을 맡고 원주의료원과 충주의료원이 협력병원으로 참여한다. 전문의가 없는 협력병원에 실시간 모니터링과 전문 진료 자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충주 지역 중환자 중 17.64%가 원주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한다는 점을 반영해 지역 간 의료 협력을 설계했다.
서울 권역은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서울의료원, 혜민병원, 서남병원이 참여한다. 상급종합병원과 민간 및 공공 종합병원 사이의 협력을 통해 중환자 진료 역량의 간극을 좁히는 데 주력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도 도입되어 환자 상태 악화 예측, 영상 기반의 생체정보 분석,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협진 요약 등 세 가지 AI 기능을 통해 의료진의 신속한 판단을 도울 계획이다.
검증된 성과와 향후 운영 계획
이미 운영 중인 경기와 인천 권역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환자 상태 모니터링은 6만 3991건, 원격협진은 240건이 수행되었다. 특히 환자 전원 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기존 175분에서 90분으로 줄어들며 약 48.6%의 단축 효과를 거두었다.
올해 9월까지의 실적을 보면 원격협진은 259건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모니터링은 4만 3389건이 이루어졌으며, 거점병원으로의 전원 51건과 상태 호전 후 지역병원으로의 회송 20건도 지원했다. 사업 시행 이후 올해 9월까지의 누적 수치를 살펴보면 모니터링 환자는 1만 6982명, 모니터링 건수는 10만 7380건, 비대면 협진은 499건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신규 권역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며 4개 권역 전체의 운영 성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