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없는 설계로 완성한 플래그십 SUV의 기준
제네시스가 차세대 초대형 전동화 SUV인 'GV90'의 핵심 개발 공정과 적용 기술을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브랜드 측은 거대한 차체에서 오는 정숙성과 광활한 개방감, 그리고 최상위 수준의 안전성이라는, 서로 충돌하기 쉬운 가치들을 어떠한 타협 없이 동시에 구현해냈다고 강조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전날 오전 인천 영종도 소재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GV90 테크 데이'를 개최했다. '기술로 완성한 새로운 장인정신'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연구개발 및 제조 부문 실무 책임자 12명이 참석해 차체 구조부터 디자인, 플랫폼, 주행 성능에 이르는 4가지 핵심 테마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대담을 나눴다.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GV90이 고객을 위해 설정한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을 끝까지 고수했음을 밝히며, 이번 모델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B필러 제거하고도 강화된 안전성과 혁신적 도어 구조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술은 상위 모델인 'GV90 네오룬'에 적용된 '네오룬 아치 게이트' 코치도어였다. 이는 앞문과 뒷문 사이의 기둥인 B필러를 없앤 구조로, 두 개의 문이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제네시스는 힌지와 잠금장치, 차체 설계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했다. 특히 70kg 무게의 뒷문을 안정적으로 회전시키는 '듀얼 모션 힌지'에는 산업용 로봇이나 공작기계에 쓰이는 초정밀 직선운동 부품을 도입했다. 남진우 제네시스클로저설계팀 파트장은 스윙과 슬라이딩을 결합한 자동 구현 사례가 없어 기구학 교재와 가구 박람회까지 뒤지며 자동차 밖에서 기술적 힌트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기둥이 사라진 자리를 보완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문 상하단에 배치된 이중 잠금장치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차체와 문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히든 롤케이지' 구조를 채택했으며, A필러부터 지붕까지 이어지는 골격 내부에 2.5m 길이의 고강도 스틸 튜브를 삽입했다. 문 내부에도 초고강도 스틸 빔을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그 결과 전복 사고 시뮬레이션에서 14톤 이상의 하중을 견뎌냈으며, 시속 60km의 측면 충돌 상황에서도 320mm 이상의 탑승자 생존 공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B필러가 존재하는 차량보다도 높은 강성과 안전성을 갖춘 수치다.
차량이 전복될 때 탑승자의 머리 부상이나 외부 이탈을 방지하는 세계 최초의 루프 에어백도 공개됐다. 1.4m 길이의 에어백이 0.08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 내에 천장에 밀착되어 펼쳐지도록 전용 와이어 가이드를 새롭게 설계했다. 검증 과정 역시 실제 사고 환경과 유사하게 180도 이상 회전하는 전복 시험을 도입했으며, 실차 40대와 에어백 단품 300회 이상의 평가를 거쳤다. 손유지 제네시스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공인 등급을 넘어 실제 사고 상황까지 완벽히 대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3톤 무게를 압도하는 정숙성과 eMP 플랫폼의 혁신
GV90에 탑재된 플래그십 전용 'eMP' 플랫폼은 공간 효율과 안전을 동시에 극대화했다. 충전 제어장치를 앞쪽으로, 공조장치를 대시보드 안으로 배치해 1, 2열 모두 평평한 바닥을 구현했으며, 후방에는 섀시 부품을 수직으로 적층해 고출력 모터와 후륜 조향 장치를 수용하면서도 실내 면적을 넓혔다. 차체 구조물의 72%는 알루미늄으로 구성됐다. 또한 무거운 전기차 특성을 고려한 충돌 설계로, 정면 고속 충돌 시 구동계가 배터리 아래로 미끄러지게 설계해 탑승 공간과 배터리를 보호한다. 박지웅 제네시스바디아키텍처개발팀 팀장은 3톤이 넘는 중량의 차량을 설계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 플래그십의 품격이라고 강조했다.
주행 성능 측면에서는 거대한 차체로 인한 급가속 시 앞머리 들림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기존 대비 19.5% 향상된 서스펜션 구조를 적용했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양산차에 고성능 전자제어 쇽업소버를 탑재했으며, '듀얼 e-LSD'를 통해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정밀하게 배분한다. 정숙성 또한 브랜드 세단인 G90보다 낮은 노면 소음 수준을 달성했다. 소프트웨어 제어로 모터 진동을 최대 40% 줄였고, 모든 유리에 차음 유리를, 문 유리에는 두 배 두꺼운 차음 필름을 적용했다. 독일 아우토반 시속 240km 주행 검증을 통해 풍절음 역시 목표 대비 2dB 낮췄다.
디자인에서는 '달항아리' 같은 매끄러운 외관을 위해 헤드램프 표면을 레이저로 깎아내는 신공법을 도입했다. 울산 EV공장의 자동화 도장 라인과 AI 비전 검사 설비를 통해 부품 간 색상 편차를 극소화했다. 행사장에는 320평 규모의 전시관이 마련되어 eMP 플랫폼 실물과 배터리 시스템 등이 공개되었으며,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는 이번 모델이 기술로 완성한 가장 현대적인 장인정신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GV90의 기술력을 예술적으로 담아낸 테크 필름 시리즈 2, 3편도 함께 상영되어 브랜드의 철학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