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운영 시간에 묶인 공공 생리대 지원 사업
누구나 제약 없이 무료로 생리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입한 ‘모두의 생리대’ 시범사업이 정작 필요한 시간대에는 접근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급 시설의 절반 이상이 평일 낮 시간대에만 운영되고 있어, 야간이나 주말에는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전체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로부터 전달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12개 시범 지역에 설치된 515곳의 생리대 지급 시설 중 283곳(55.0%)은 주말은 물론 평일 오후 6시 이후에도 운영되지 않았다. 24시간 상시 운영이 가능한 곳은 15곳(2.9%)뿐이었다. 평일 저녁 시간대(오후 6시 이후)에 문을 여는 곳은 176곳(34.2%)이었으며, 주말에도 이용 가능한 시설은 216곳(41.9%)으로 집계됐다.
행정기관 편중된 설치로 인한 접근성 저하
지난 7월 시작된 ‘모두의 생리대’ 사업은 소득 수준이나 연령과 관계없이 공공시설 어디서든 생리대를 무료로 제공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평등가족부는 ‘필요한 순간에 누구나’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으나, 실제 이용 환경은 이 구호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급 시설이 주로 행정기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민센터나 지자체 청사 등 행정기관 시설 195곳(37.9%) 중 189곳(96.9%)이 평일 낮에만 가동되는 구조였다. 반면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역, 기차역, 버스 터미널 등에 설치된 시설은 7곳(1.4%)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편차가 뚜렷했다. 평일 낮에만 운영되는 시설의 비율은 대전 중구가 71.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제주 제주시(68.6%)와 충남 서천군(67.7%)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남 거창군은 10.0%, 경기 수원시는 23.5%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접근성을 보였다.
재고 관리 사각지대와 운영 개선 과제
품절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관리 체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8월 말 기준으로 설치된 지급기는 자동 305대와 수동 300대이다. 이 중 수동 지급기는 실시간 재고 확인이 불가능한데, 특히 설치 시설 201곳 중 168곳(83.6%)이 화장실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관리가 더욱 까다롭다. 성평등가족부가 보고한 고장 사례에는 자동 지급기의 통신 장애 2건만이 포함되어 있어, 생리대가 떨어져 이용자가 헛걸음하는 품절 사례는 별도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관리가 수월한 공공시설 위주로 지급기를 배치하다 보니 24시간 운영에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야간 운영 시설도 존재하므로 접근성이 매우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사업 성과와 만족도 조사를 마친 뒤 추가 수요가 확인되면 내년 중 지자체와 협의해 설치를 늘려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백혜련 의원은 생리 현상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필요한 순간에 누구나’ 써야 할 공공 서비스가 절반 넘는 곳에서 관공서 근무 시간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백 의원은 역이나 터미널 같은 생활 동선을 중심으로 설치 기준을 보완하고, 품절이나 고장을 즉각 파악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