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기다림 끝에 베일 벗은 '한강'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인 '한강'이 약 4년이라는 긴 대기 시간을 지나 마침내 실체를 드러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본원에 위치한 국가슈퍼컴퓨팅센터 2층에서 열린 가동식에는 국내외 산·학·연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직급에 상관없이 참석자들이 슈퍼컴퓨터 근처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연구계가 고대해 온 순간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이날 공식 가동을 시작한 '한강'은 대규모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하고 처리하는 데 특화된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컴퓨터보다 수백 배에서 수천 배에 달하는 연산 속도를 보유하고 있어, 개별 연구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대규모 계산을 지원하는 핵심적인 연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 5호기인 '누리온'의 뒤를 잇는 이번 6호기는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복잡한 다물리계 연산, 그리고 모델 개발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연구에 최적화되어 설계되었다.

세계 최상위권 성능과 초고속 네트워크

성능 측면에서 6호기는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중 상위 10위권 진입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강'의 이론적 성능은 1초당 1,000조 번의 연산을 수행하는 614페타플롭스(Petaflops)에 달하며, 저장 공간은 205페타바이트(Petabytes) 규모를 갖췄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커넥션 네트워크(상호연결망)다. 이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노드들을 연결해 문제를 분산 처리하게 돕는 소통망으로, 이 네트워크가 느리면 최신 부품을 써도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 6호기는 400Gbps 이상의 초고속 대역폭을 확보했는데, 이는 미국의 '이글'과 같이 세계 10위권 내의 최정상급 슈퍼컴퓨터들이 채택한 수준이다.

AI 열풍과 사업비 증액의 난관 극복

이러한 고성능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2022년 8월 총사업비 2,929억 원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으나, 조달 과정에서 생성형 AI 열풍으로 인한 부품 가격 폭등으로 인해 네 차례나 유찰되는 위기를 겪었다. 결국 2024년 11월 적정성 재검토를 거쳐 총사업비가 4,482억 원으로 상향 조정되었고, 이에 따라 휴렛 팩커드(HP)가 입찰에 참여해 2025년 5월 3,825억 원 규모로 최종 계약이 체결되었다.

연구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미래 비전

6호기는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다. 전체 가용 자원의 약 55%는 계산과학 및 데이터 분석 연구자들에게 할당되며, 30%는 국가전략과제 수행 사업자에게 배분된다. 나머지 15%는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의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본격 가동에 앞서 이달 22일까지 64개 기관의 189개 과제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우선 제공한다.

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6호기가 첨단 바이오, 미래 에너지, 우주 과학 등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문샷 프로젝트'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학생들이나 연구자들이 자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KISTI 원장 또한 그간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연구자들의 도전적인 연구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