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주도권 탈환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결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4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과 대규모 메모리 투자, 그리고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맞물리며 세계 빅테크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는 '영업이익 챔피언'으로 부상했다. 초기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일시적으로 상실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기술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이 회장의 현장 경영이 주효하며 단기간에 시장의 리더십을 되찾았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취임 4주년인 27일에도 별도의 공개 메시지나 행사 참여 대신 경영 실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는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평소의 경영 철학을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올해 내부적으로는 기술력 강화를 독려하고,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AI 거물들과 접점을 넓히며 시장 최전선에서 직접 움직였다.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매출과 영업이익의 기록적인 성장세 속에서도, 이 회장은 격려와 경고를 병행하며 조직의 긴장감을 유지해 왔다.
HBM 시장 선점과 천문학적 영업이익 달성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과감한 혁신과 투자를 통한 본원적 기술력 회복을 주문했다. 이어 올해 초 임원 세미나에서는 지표가 개선되었다고 해서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치열한 경쟁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문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7세대 HBM4E 샘플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고객사에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서울 회동' 등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거둔 결실이다.
이 회장은 젠슨 황뿐만 아니라 리사 수 AMD CEO, 오픈AI, 앤트로픽, 브로드컴, 미스트랄AI 등 주요 빅테크 수장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메모리 부족 상황을 기회로 만들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공고히 했으며, 특히 HBM 분야 점유율을 2분기 기준 30%대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글로벌 빅테크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잠정 집계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783% 급증한 107조 4천억 원 규모로, 올해 연간 전망치는 약 370조 원에 달해 국가 예산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신성장 동력 확보와 내부 과제
삼성은 메모리 분야의 성장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360조 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더불어 400조 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공장' 추진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과 기업 성장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플랙트그룹 인수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용 중앙공조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으며, DX부문에 'RX 사업추진실'을 신설해 로봇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하만 역시 인수 후 10년 만에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나며 M&A의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다음 달로 예정된 정기 인사는 이러한 혁신 기조를 이어갈 이 회장의 비전을 확인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영현 DS부문장과 노태문 DX부문장 등 핵심 경영진의 유임 가능성이 제기되며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막대한 이익에 따른 성과급 배분 문제를 두고 DX부문과 DS부문 간에 발생한 내부 갈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 5월 성과급 교섭 중 발생한 갈등에 대해 이 회장이 '한 가족'임을 강조하며 화합을 당부했으나, 조직 내 갈등을 완전히 봉합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