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협력의 상징적 행보와 경제적 실리
지난 10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의 접경 도시인 단둥을 방문하면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방문은 표면적으로 북·중 간의 정치적 신뢰와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확인하고, 경제적·무역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다. 특히 신압록강대교의 개통과 맞물려, 지난해 양국 정상의 교류 이후 가속화된 국경 통상구의 개방, 인문 교류 확대, 단체 관광 재개 등을 제도적 틀 안에서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의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고 경제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은 단순한 통로 확보를 넘어, 유엔 안보리의 제재로 인해 정비가 지연되었던 버스 및 상용차 등 교통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된다. 김 위원장이 직접 자동차와 버스 생산 공장을 시찰한 배경 역시 이러한 교통 체계의 정비와 산업 발전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외교 핵심 인력 집결과 북·미 회담의 개연성
이번 방중에서 주목할 점은 특별한 현안이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핵심 외교 참모들이 대거 동행했다는 사실이다. 중국 측에서는 왕후닝 정치협상회의 주석이 김 위원장을 맞이했으며, 왕이 외교부장과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 당 대외연락부장이 함께했다. 북한 측에서도 김성남 국제비서, 최선희 외무상, 김여정 당 부장이 동행하여 외교적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최선희 외무상이 왕이 부장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양측이 대외 환경의 안정과 평화를 논의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볼 때, 북·중 양국은 미·중 정상회담의 내용을 공유하고,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시점에 맞춰 추진될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보당국 역시 김 위원장의 이동 경로를 분석하며 이러한 북·미 간의 접촉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의전이나 경호 협의 등 구체적인 징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APEC 참석과 맞물린 미·중·러 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가 북·미 회담의 동력을 약화시킬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 한국의 전략적 과제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활용해 미국을 압박하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정치적 성과를 위해 평화 서사를 구축하려 한다면, 정식 회담이 아닌 간이 회동 형태라도 북·미 만남이 전격적으로 성사될 수 있다. 이러한 급변하는 판도 속에서 한국은 초조해하기보다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명확한 정책 방향을 세워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경직된 틀이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관성적 태도에서 벗어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의지를 관철하는 등 유연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북·중·러 관계를 이용해 미국에 대응하는 '복합 헤징' 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우리도 한·미 관계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미·러 관계의 변화에 발맞춰 한·러 관계의 물꼬를 트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G20 계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나타난 기존의 합의 방식은 북·미 회담 이후의 남북 및 한·중 관계 변화를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 외교를 바탕으로, 판을 바꿀 수 있는 담대한 결단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