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에서 칠러까지, 액체냉각으로 진화하는 LG전자의 기술력

데이터센터의 열관리는 단순히 서버실 온도를 조절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고성능 반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을 직접적으로 식히고, 냉각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함과 동시에 전체 설비의 에너지 소모량까지 정밀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러한 기술적 요구에 맞춰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냉각 설비의 설계 단계부터 제어 및 유지보수에 이르는 통합 솔루션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2011년 칠러 사업에 진입한 이후 대형 공랭식 및 수랭식 냉각 설비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온 LG전자는 최근 서버의 고밀도화에 따른 발열 문제에 대응해 액체냉각 기술을 결합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의 열을 직접 흡수하는 콜드플레이트부터 냉각수의 온도와 유량을 조절하는 펌프, 그리고 냉각수를 생성해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칠러까지 연결하는 '칩 투 칠러(Chip-to-Chiller)' 개념을 구현한다. 특히 지난 7월 국내 기업 최초로 엔비디아 규격 승인을 받은 600kW급 제품을 시작으로, 9월에는 1MW 및 2.5MW급 제품까지 승인 범위를 넓히며 차세대 고밀도 서버 랙 환경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또한 엔비디아 파트너 네트워크(NPN) 공식 파트너로 등재되며 글로벌 고객사에 솔루션을 제안할 발판을 마련했다.

효율 극대화와 설치 편의성, 두 마리 토끼 잡는 혁신 기술

기존 주력인 칠러 분야에서도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9월 선보인 '공랭식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는 자체 개발한 무급유 마그네틱 베어링 기술이 핵심이다. 전자기력을 활용해 압축기 회전축을 공중에 띄움으로써 마찰을 최소화해 냉각 효율을 높이고 유지보수의 번거로움을 덜었다. 이 제품의 부분 부하 효율(IPLP)은 기존 인버터 스크류 칠러보다 20% 이상 우수하며, 외부 기온이 낮을 때 냉매를 자연 순환시키는 '냉매 프리쿨링' 기술을 통해 기존 수냉식 방식 대비 연간 전력 소비량을 약 30%가량 추가로 줄일 수 있다.

설치 및 확장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펌프, 밸브, 비상용 버퍼탱크 등을 표준 컨테이너에 통합한 '하이드로닉 모듈러(Hydronic Modular)' 기술은 현장에서 칠러와 모듈을 연결하기만 하면 되도록 설계되어 설치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는 데이터센터 증설 시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유연한 대응을 가능케 하여, 운영비에 직결되는 설치 기간과 증설 편의성이라는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북미 생산 거점 확보와 3조 원 규모의 수주 잔고

LG전자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버지니아주 윈저에 3만 2000㎡ 규모의 공랭식 칠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2027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과 더불어 국내 평택 및 창원 라인도 고도화 중이며, 이를 위해 약 2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북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김영호 부사장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냉각 솔루션의 누적 수주액이 상반기 6000억 원 수준에서 급증해 3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프라 플랫폼 기업 에어 컨트롤 콘셉트와 5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한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

나아가 LG전자는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의 자카르타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등에 참여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칠러 중심의 매출 구조를 콜드플레이트와 에어사이드 등 액체냉각 제품군으로 다변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개별 제품 공급을 넘어 설계, 제어, 유지보수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중심의 전환은 기존 냉난방공조(HVAC) 사업보다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며, 미국을 넘어 중동과 아시아 시장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냉각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