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라 불리기 싫다”... 사회 참여 갈망하는 ‘전기 노인’

대한민국이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경제적 보너스 시대에서 인구 오너스(Onus) 시대로 급격히 전환되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위기를 공동체의 활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고령층의 사회 참여 방식과 돌봄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위기 대응 방안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즈를 통해 전국 60~74세 남녀 5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75.7%는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69세 연령층에서는 이러한 응답이 83.4%에 달했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응답자들 사이에서도 70% 이상이 노인이라는 정체성을 거부했다. 다만 건강 상태가 나쁘거나(58.4%)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61.2%) 경우에는 ‘노인이 아니다’라는 응답이 60% 내외로 나타나며 차이를 보였다.

일상 수행 능력과 건강이 노인 판단 기준... 공공 돌봄 요구 높아

노인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으로는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꼽은 응답자가 34.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강 상태(26.7%), 나이(24.7%), 경제적 활동 여부(9.8%), 주변의 대우(4.6%)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경로우대 기준 연령인 만 65세를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8%가 찬성했다.

사회 참여에 대한 욕구도 강력했다.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67.6%를 기록해, ‘복지제도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응답(32.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다만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의사(52%)와 망설임(48%)이 팽팽하게 맞서며, 참여 의지는 높지만 새로운 학습에 대한 부담감도 공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돌봄에 대해서는 가족(14.2%)보다 지역사회 등 공공(85.8%)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동거 형태나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85% 이상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가장 관심 있는 노인 정책으로는 의료비 부담 완화 및 건강관리 지원(30.3%), 기초연금 등 노후 소득 보장(28.6%), 노인 일자리 및 고용 확대(26.3%)가 순차적으로 꼽혔다.

초고령사회 맞춤형 정책 설계... “다양한 유형별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노인 집단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건강, 소득, 참여 욕구에 맞춘 세분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4년 12월 기준 20.0%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25년 11월 1일 기준 인구주택총조사(외국인 포함)에서는 20.7%(1,072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천만 명이 넘는 노인층은 매우 다양하다”며 “활동적인 전기 노인에게는 사회 참여와 예방적 보건의료가, 75세 이상 후기 노인에게는 건강 악화 방지와 적절한 돌봄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경제학부 교수) 역시 “사회 참여 욕구도 경제적 이유나 봉사 목적 등에 따라 나뉜다”며 “나이, 건강, 과거 경력 등을 고려해 유형별 맞춤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령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역량을 활용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