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형식에 휘둘리는 사법부, 불법파견 인정 범위 축소 중단하라”

박상만 위원장이 이끄는 금속노조가 사법부를 향해 불법파견 인정 범위를 좁히는 판결을 멈추고, 장기간 미결 상태로 남은 사건들에 대해 신속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법부가 노동 현장의 실질적인 근무 형태를 외면한 채 기업이 설정한 형식적 기준에 따라 불법파견 여부를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2차 하청 구조나 간접생산공정의 경우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인위적인 판결 경계선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대제철·현대차 등 하청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 사례 폭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최명식 지회장은 사법부가 동일한 사업장 내에서 같은 교대 근무를 수행하며 원청의 통제를 받아온 노동자들을 공정 명칭이라는 형식적 차이로 구분 짓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 일부에 대한 직접고용 의무가 항소심에서 부정된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 2022년 1심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사내협력업체 노동자 모두에 대해 현대제철의 직접고용 의무를 인정했으나, 지난해 11월 항소심 재판부는 566명에 대해서만 이를 인정하고 중장비 운용 및 설비정비 업무를 담당한 324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백명일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장 역시 계약서상의 문구나 업체의 외형적 모습보다 실제 작업 관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지회장은 현대차 아산공장 출고 전 검사(PDI) 공정 하청노동자들이 승소했던 2024년 대법원 선행판결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 서울고법이 하청업체의 독립적 운영을 근거로 일부 기간의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은 점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재판 지연이 초래하는 노동자의 생계 위협과 구조적 문제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의 김진형 지회장은 재판이 지연됨에 따라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피해를 언급했다. 김 지회장에 따르면 현대위아 창원공장에서는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거부한 하청노동자 42명이 2024년 2월 해고된 상태다. 이들이 2023년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아직도 1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김 지회장은 판사 인사가 바뀔 때마다 노동자들이 생계의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동희오토 노동자들 또한 2024년 7월 상고를 마친 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민변 노동위원장인 김상은 변호사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모든 판결이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일관된 법리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현장의 실질을 반영한 판단과 신속한 권리구제가 이루어질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