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관절에 감는 1m 길이 섬유형 아연전지 개발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 부위나 의류에 직접 직조할 수 있는 1m 길이의 섬유형 아연전지가 개발되어 차세대 전원 공급원의 가능성을 열었다. 전북대학교와 강원대학교, 그리고 한국전북연구원 초물성전도소재연구센터의 김남동·정현수 박사 연구팀은 섬유 형태의 아연전지를 미터 단위로 연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신기술을 확보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 배터리는 기존의 원통형이나 각형 형태와 달리 실처럼 유연하여 직물에 엮거나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스마트 의류나 웨어러블 센서뿐만 아니라, 공간이 협소한 로봇의 몸체 내부나 관절 부위에도 효율적으로 탑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덴드라이트 문제 해결로 내구성과 수명 확보

물 기반 전해질을 사용하는 아연전지는 화재나 폭발 위험이 적어 웨어러블 기기용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충·방전 반복 시 아연 음극 표면에 나뭇가지 형태의 결정인 '덴드라이트'가 자라나 성능을 저하시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또한 기존 기술로는 제조 길이가 10cm 내외에 그쳐 실제 산업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에 산소 기능기를 도입하여 이를 극복했다. 탄소나노튜브를 정밀하게 정렬하고 아연 이온이 표면에 고르게 안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하고, 충·방전 과정에서의 부식 및 수소 발생 반응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완전전지 테스트에서 8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85%를 유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연속 생산 공정 구축 및 실전 활용성 입증

연구팀은 대량 생산을 위한 핵심 공정인 연속 전기도금 시스템도 함께 완성했다. 섬유를 공급하는 단계부터 아연 도금, 세척, 건조, 그리고 권취 과정에 이르는 전 공정을 자동화하여 연결했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10배나 긴 1m 길이의 섬유형 아연전지 제작에 성공했으며, 1만 번의 반복 굽힘 시험을 거친 후에도 초기 용량의 89.8%를 유지하는 강력한 내구성을 증명했다. 실제 검증을 위해 연구팀은 유연 태양전지와 움직임 감지 센서를 전투복에 통합한 시스템을 시연했다. 낮에는 태양광 에너지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고, 밤에는 저장된 전력으로 센서를 구동하는 웨어러블 전원 시스템의 실효성을 확인한 것이다.

상용화를 위한 향후 과제

이번에 개발된 배터리는 원하는 길이만큼 절단하여 사용하거나 다른 섬유와 함께 짜 넣을 수 있어 전자피부나 로봇 프레임 내부의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남동 박사는 소재와 공정 기술의 결합을 통해 섬유형 아연전지의 최대 난제였던 덴드라이트 성장과 제조 길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용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극 도금의 균일성을 장거리에서도 확보하는 기술과 생산 속도 향상이 필요하며, 땀이나 세탁 같은 실제 착용 환경에서의 장기적인 안정성 검증이 추가로 이루어져야 한다. 해당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