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대박에도 엇갈린 희비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단 하루 만에 4%가량 급락하며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얻었다.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의 행보를 따라 삼성전자가 파격적인 추가 주주환원책을 내놓기를 기대했으나, 기존에 발표된 수준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영향으로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4.78포인트(-1.24%) 하락한 5937.66으로 장을 마쳤다. 미국 시장 마감 후 발표된 알파벳의 어닝쇼크로 인해 시간외 거래에서 10% 급락한 점도 지수 하락에 기여했으나,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를 향한 투자 심리 위축이 더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대치 밑돈 삼성전자의 환원안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 대비 4.13% 하락한 23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SK하이닉스가 추가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공개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시장의 높은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62% 상승한 152만6000원을 기록하며 5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달성했으며, 이 중 반도체 부문인 디바이스솔루션(DS)이 106조5000억원을 차지하며 기록적인 실적을 증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주주환원책의 부재가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황민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디렉터는 이날 분석을 통해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주주환원안이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는 전날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 내용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진단했다.
경영진의 태도와 향후 전망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연간 90조원에서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3분기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발표된 3분기 현금배당 계획은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1주당 4601원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이 가장 주목했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포함한 강력한 환원책은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렀으며, 110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의 추가 환원에 대한 언급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5조원에서 75조원 사이의 잔여 재원에 대해 현금배당과 더불어 상당한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보통주와 우선주 사이의 가격 차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인지하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소각 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우선주 매입 비중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양사의 주가 부양 의지 차이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곽노정 대표는 컨퍼런스콜에 직접 등장해 솔리다임 상장 철회 등 주주가치 제고안을 발표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으나, 삼성전자는 기존처럼 CFO 선에서 발표를 마무리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내년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을 완판하고, 기존 10개 고객사 외에 10개의 업체와 추가로 장기공급계약(LTA)을 협상 중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내년 1월 실적 발표회에서 차기 3개년 정책과 추가 환원책을 공개한다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며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