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의료 집중 심화되는 '원정 진료' 현상
지방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위해 서울의 대형 의료기관을 예약했다. 긴 이동 시간과 진료 대기라는 불편함이 뒤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중증 질환일수록 규모가 큰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2024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전체 환자 1,510만 3,432명 중 41.8%에 달하는 632만 397명이 서울 외 지역 거주자로 확인됐다. 타지역 환자의 비중은 2024년 41.5%에서 지난해 41.8%로 0.3%포인트 소폭 상승하며 서울 집중 현상을 심화시켰다.
이들이 서울 의료기관을 이용하며 지출한 총 진료비는 12조 687억 9,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약 10조 8,055억 원이었던 2024년 수치와 비교해 1조 2,633억 원가량 급증한 규모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타지역 입원 환자는 67만 9,884명으로 이들의 입원 진료비는 5조 4,968억 원이었으며, 외래 진료를 받은 627만 7,788명의 진료비는 6조 5,719억 원에 달했다. 서울 의료기관 전체 진료비 33조 6,216억 원은 전국 총액 137조 5,098억 원의 약 24.4%를 점유하고 있다.
지역 의료 역량 강화와 정부의 대응책
정부는 이러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 의료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7월부터 전국 175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이 있다. 정부는 참여 병원들이 응급 의료와 중환자 치료 역량을 높이고 필수 의료 기능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3년간 총 2조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지역 내에서 충분히 치료 가능한 환자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지역 종합병원의 진료 기능을 보강하는 데 있다. 다만, 중증 질환이나 희귀 질환 등 고난도 치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수요를 지역 병원이 모두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역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와 더불어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효율적인 의뢰 및 회송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화 가속화에 따른 지역별 의료 격차 확대
전국적인 의료비 지출 규모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의료보장 진료비는 137조 5,098억 원으로 전년(약 128조 원)보다 늘어났으며, 환자 1인당 월평균 진료비 역시 전년 약 21만 원에서 22만 8,871원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28만 1,892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북(27만 1,798원)과 부산(26만 7,401원)이 뒤를 이었으나, 세종은 17만 9,888원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남과 세종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 차이는 10만 2,004원으로, 전남이 세종보다 약 1.6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인구 구조의 변화도 의료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말 의료보장 적용 인구 5,302만 2,000명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100만 3,000명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한 반면, 65세 미만 인구는 1.4% 감소했다. 특히 전남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7.7%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경북(26.7%), 강원(26.4%), 전북(26.0%), 부산(24.9%) 순으로 나타났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1인당 진료비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질환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인구 10만 명당 유방암 환자가 622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은 위암(392명)이, 전남은 간암(258명)과 폐암(351명) 환자 비율이 각각 가장 높았다. 이처럼 서울로의 환자 집중과 지역별 진료비 및 질환 이용 패턴의 차이가 뚜렷해짐에 따라, 고령화가 빠른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진료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의료 체계 개선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