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차량과 전세기로 설계된 탈출 경로

지난 26일 저녁, 대선 패배를 맞이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브라질 상원의원의 자택에서 검은색 차량 4대가 동시에 출발했다. 이 차량들은 의도적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며 취재진과 수사 당국의 시선을 교란했다. 보우소나루가 주의를 분산시키는 사이, 아르헨티나 푸에르토이과수 공항에서는 그를 태우고 미국으로 향할 전용기가 대기 중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8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보우소나루의 미국행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들과 미 정부 고위 관료들, 그리고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측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법원의 압박과 측근들의 긴급 대응

보우소나루를 국외로 탈출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대선 패배 바로 다음 날인 26일에 수립되었다. 당시 브라질 대법원은 돈세탁 혐의로 수사 대상이었던 보우소나루에게 여권 반납과 출국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였으며, 이에 체포를 우려한 측근들이 긴급히 움직였다. 미국에 거주하던 동생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와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인 제이슨 밀러 등은 아르헨티나에서 플로리다로 이동할 전세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탈출 과정에서 보우소나루 측은 27일 기자들에게 그가 이미 미국으로 떠났다는 허위 정보를 흘려 혼선을 주었다. 언론들이 출국설을 보도할 당시에도 그는 여전히 브라질에 머물고 있었다. 보우소나루는 아내, 두 딸과 함께 밤 10시 50분경 탕크레두 네베스 국제교를 통해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었다. 아르헨티나 공항보안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이구아수 폭포 국제공항 심사대로 향한 보우소나루는 이탈리아 여권을 사용했다.

아르헨티나의 묵인과 미국의 직접 승인

이러한 탈출 과정은 산티아고 카푸토 아르헨티나 대통령 측근의 감시 아래 진행되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7월 브라질 유세에서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을 '도둑'이라 비난하며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을 빚은 바 있다.

28일 0시 21분, 보우소나루 일가는 아르헨티나 항공사 '바이레스 플라이'의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해당 항공기는 브라질 영공을 피하기 위해 에콰도르 과야킬을 경유해 급유한 뒤 마이애미로 직항했다. 오전 9시 30분경 플로리다 오파로카 이그제큐티브 공항에 도착한 보우소나루는 배낭을 멘 채 전용기에서 내렸으며, 경찰관들이 우산을 받쳐 들며 그를 차량으로 안내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입국을 직접 허가했으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비자 절차를 처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도적 임시입국 허가를 통해 최대 1년간 체류할 수 있게 되었다. 트럼프는 앞서 브라질 당국의 보우소나루 처우를 문제 삼아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출국 금지를 명령한 대법관을 제재하기도 했다. WSJ는 이번 결정이 보우소나루 가문이 수년간 진행해 온 대미 로비의 결실이라고 분석했다.

반복되는 보우소나루 가문의 행보

이번 행보는 2022년 대선 패배 후 플로리다 올랜도로 떠났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전례와 유사하다. 자이르는 이후 귀국하여 쿠데타 모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마이애미에서 성명을 발표한 플라비우는 자신을 '브라질의 지도자'라 칭하며 트럼프와 밀레이에게 감사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일가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언급하면서도, 그가 정당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트럼프는 브라질 대선을 '조작된 선거'라고 주장하며 룰라 대통령의 승인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