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산업의 패러다임이 '피지컬 AI(Physical AI)'를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고도화된 연산 능력이 요구되는 군용 드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항공기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도 비용 절감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AI 도입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스트레이츠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올해 487억 1000만 달러(약 64조 5000억 원) 수준에서 2034년에는 1389억 6000만 달러(약 184조 원)로 약 3배가량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체 시장에서 군용 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69억 7000만 달러에서 2034년 630억 5000만 달러로 늘어나며 절반가량을 점유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 기업들도 AI 기반의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쟁의 양상을 바꾼 드론과 AI의 결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군용 드론의 전략적 가치를 전 세계에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악시오스, BBC,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들어 미래 전쟁의 핵심 요소로 드론을 지목했다. 초기에는 단순 정찰용 보조 장비로 여겨졌던 드론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러시아 후방을 타격하고 모스크바 인근까지 위협하며 항공기를 파괴하는 등 결정적인 전력으로 격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AI 기술이 있다. 기존 드론은 조종사와의 통신이 단절되면 임무 수행이 불가능했으나, AI가 탑재된 최신 드론은 영상 정보를 스스로 인식해 표적을 추적하거나 GPS 교란 상황에서도 항로를 유지할 수 있다. 즉, 조종사나 위성 항법 장치 없이도 자율 비행이 가능한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이다.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손준영 교수는 무인기가 유인 항공기보다 운용 비용이 저렴하고 생산 및 개량 주기가 짧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국경 보안과 테러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고가의 유인기 중심이었던 항공 산업의 구조를 AI 무인기 중심의 전술적 운용 체계로 변화시키고 있다.

대한항공·한화·KAI의 무인기 주도권 경쟁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대한항공은 기존 운송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항공우주 및 방산 제조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한항공은 임무 자율 기술을 갖춘 4m급 소형 협동 무인기(KUS-FX)를 비롯해, 대공 무기 체계 시험을 위한 아음속 무인 표적기, 그리고 정밀 타격용 소형·중형 무인기를 개발 중이다. 특히 미국의 AI 방산 기업 안두릴(Anduril)과 협력해 실시간 데이터 교환을 통한 군집 비행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산불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24시간 감시 및 자율 출동 시스템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움직임도 매섭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GA-ASI와 손잡고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한 대형 무인기 '모하비(Mojave)'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자체 AI 모델인 '엔지니어스(En-genius)'를 항공엔진 개발에 접목하고 있다. KAI는 유인 전투기가 무인기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 집중하며, AI가 목표를 설정하고 유인기와 협력해 임무를 수행하는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디지털 MRO 시장의 부상과 향후 과제

AI 기술은 정비 분야인 MRO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정비사가 직접 육안으로 결함을 확인하던 기존의 위험하고 느린 방식 대신, 이제는 AI 기반의 군집 드론과 지상 로버가 투입된다. 이들은 3차원 지도를 그리며 자율 주행하며 항공기의 미세한 균열이나 부품 결함을 신속하게 찾아낸다. 대한항공은 이미 이러한 피지컬 AI 기술을 점검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MRO 시장 역시 올해 13억 5000만 달러에서 2034년 41억 2000만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항공대학교 김광옥 교수는 방산과 무인기, MRO 사업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임을 강조했다. 다만 업계가 글로벌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해외 수요에 맞춘 체계적인 AI 기술 준비와 더불어, 소프트웨어 역량을 뒷받침할 전문 인력의 확충이 필수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