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기획 출신 급감, 현장 전문가가 리더십 주도

국내 30대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구성이 기존의 관리 및 기획 중심에서 기술과 제조 현장 전문가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단순 관리형 리더십보다는 기술력과 영업력, 제조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할 수 있는 실전형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진 결과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283곳의 대표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전체 CEO 362명 중 경영기획 출신은 94명(26.0%)에 그쳤다. 이는 2024년 173명(48.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비중이 22.1%포인트(p)나 급락한 수치다.

기획 전문가들이 물러난 자리에는 기술과 현장 전문 인력들이 대거 진입했다. 생산 및 제조 분야 출신 CEO는 2024년 54명(15.0%), 2025년 65명(17.9%)에서 올해 92명(25.4%)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경영기획 출신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마케팅과 영업 출신 역시 2024년 23명(6.4%)에서 올해 37명(10.2%)으로 늘어나며 처음으로 10%대 비중을 확보했다. 연구개발(R&D) 출신도 2024년 7명(1.9%)에서 올해 9명(2.5%)으로 소폭 증가했다. 또한 고금리 및 유동성 리스크 대응을 위해 재무 출신 CEO가 2024년 59명(16.4%)에서 올해 73명(20.2%)으로 늘었으며, 경영지원 출신도 39명(10.8%)으로 확대됐다.

삼성·SK·HD현대 등 주요 그룹 '제조·기술' 중심 재편

그룹별 양상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삼성그룹의 경우 22개 계열사 CEO 26명 중 경영기획 출신은 2024년 7명에서 올해 3명으로, 재무 출신은 4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생산·제조 출신은 2024년 6명, 2025년 7명에서 올해 11명으로 늘어나 전체의 42.3%를 차지했다. SK그룹도 32개 계열사 CEO 36명 중 경영기획과 재무 출신이 2024년 29명에서 올해 17명으로 급감한 반면, 생산·제조 출신은 2024년 4명, 2025년 6명에서 올해 11명으로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20개 계열사, CEO 27명)은 경영기획 출신이 2025년 10명에서 올해 6명으로 감소하고 재무 출신도 2024년 6명에서 올해 5명으로 줄어든 가운데, 생산·제조(7명)와 R&D(2명) 출신의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HD현대그룹(11개 계열사, CEO 16명) 역시 기획 출신이 10명에서 올해 2명으로 급감한 반면, 생산·제조 출신은 1명에서 9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CEO 연령대 및 성별·오너 경영 현황

현장 경험이 풍부한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중용됨에 따라 30대 그룹 CEO의 평균 연령은 2024년 58.4세, 2025년 58.3세에서 올해 58.5세로 소폭 상승했다. 여성 CEO의 비중은 3% 미만으로 나타났는데, 오너 일가 중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1명뿐이었다. 전문경영인 중 여성 CEO로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 박애리 HS애드 대표, 김정아 이노션 사장, 손윤정 인크로스 대표, 한수미 여주에너지서비스 대표, 류진숙 나래에너지서비스 대표, 홍혜진 효성ITX 대표 등 총 9명이 확인됐다.

30대 그룹 내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를 맡은 사례는 2024년 44건, 2025년 43건, 올해 44건으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은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과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다만 범삼성가 그룹의 경우 주요 오너들이 직접 등기임원이나 대표이사를 맡지 않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