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월패드 터치 한 번에 시작되는 스마트 출차

집 안 벽면에 부착된 월패드의 '주차로봇' 아이콘을 누르고 출차를 요청하자, "출차가 시작되었습니다"라는 음성 안내가 울려 퍼졌다. 이와 동시에 지하 주차장에서는 직사각형 형태의 납작한 주차로봇 두 대가 바닥 위를 매끄럽게 미끄러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들은 차량 하부로 파고들어 바퀴를 감싸 쥔 뒤 차체를 들어 올렸다. 주차된 차량이 출차 구역까지 이동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약 3분 내외였다. 거주자가 직접 지하로 내려가 차를 찾거나 운전해 빼낼 필요 없이, 집에서 버튼 하나로 요청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즉시 외출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시흥 공동주택서 진행된 국내 첫 주차로봇 실증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재 아파트 주차장 내 주차로봇의 실질적인 운영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9일 경기 시흥시 소재의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실증사업의 진행 현황과 구체적인 운영 모습을 공개하는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번 사업은 현대자동차, 현대위아,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주차 공간 50면 이상을 활용해 주차로봇을 운용하며, 기술력과 서비스의 현장 적용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국내 최초의 사례라는 점이 특징이다.

주차로봇은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주차할 필요가 없는 장치다. 사용자가 지정된 구역에 차를 세워두면 로봇이 대신 빈 공간으로 이동시켜 주차하며, 출차 요청 시에는 차량을 다시 꺼내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업무용 빌딩 넘어 아파트 생활권으로 확장된 기술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4년 서울 성수동의 업무용 건축물인 '팩토리얼 성수'에서 주차로봇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실증의 핵심은 적용 범위를 사무용 건물에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아파트로 확장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세대별 월패드와 로봇을 연동해 가구 내부에서 출차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단지 차단기 및 인공지능(AI) 기반의 차량 점검 시스템과도 통합 연결하여, 차량이 입고되고 출고되는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운영 방식을 시험 중이다.

시연 과정에서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들이 재현되었다. 입차와 출차 요청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로봇은 각 차량을 지정된 위치로 정확히 이동시켰으며,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이중주차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로봇이 차량을 재배치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아울러 출차 요청 후 차를 이용하지 않거나 내부 물품만 꺼내려는 경우를 대비해, 로봇이 차를 출차 구역으로 옮겼다가 다시 주차하는 과정도 함께 보여주었다.

스마트 주차 관제 시스템과 미래 도시 인프라

현대차그룹은 다수의 주차로봇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관제 기술 고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로봇의 이동 경로와 차량 배치를 관리하는 스마트 주차 관제 시스템은 현재 2.0 버전까지 개발 완료되었으며, 이를 통해 최대 200대의 로봇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그룹 측은 이번 실증을 통해 쌓은 데이터와 경험을 토대로 기술 표준 및 운영 기준을 정립할 계획이다. 이후 적용 범위를 공동주택를 넘어 교통 거점, 상업 시설, 업무 시설 등으로 점진적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며 관계 기관과 제도 개선 방향도 논의할 예정이다.

정호근 현대차 미래전략본부 부사장은 이번 실증이 로보틱스와 모빌리티 기술을 실제 도시 공간에 접목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차 공간이 사람과 모빌리티, 로봇, 그리고 도시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도시의 핵심 거점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관련 가능성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