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핫월렛 뚫렸다…역대 최대 규모 자산 탈취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약 8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자산을 탈취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미국 블록체인 보안 전문 기업인 TRM랩스는 30일, 바이낸스가 운영하는 전자지갑에서 약 63억 6000만 달러(한화 약 8조 500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외부로 유출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격은 한국 시간 기준으로 이날 오전 5시 5분경 시작되었으며, 자금의 대부분이 단 20분 만에 빠져나가는 속도를 보였다. 이번 피해액은 지난 2월 발생했던 바이비트 해킹 사건 피해액의 4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가상자산 역사상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탈취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북한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 배후 지목

공격의 주체로는 북한과 연계된 해킹 조직인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TRM랩스는 이번 사건의 자금 이동 경로와 사전 준비 과정을 정밀 분석한 결과, 해당 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결론지었다.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또한 지난해 15억 달러를 탈취한 바이비트 사건의 배후로 이 조직을 지목한 바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인 체이널리시스 역시 이번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며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해커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한 총 10개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침투를 시도했다. 이들은 고객의 입출금을 처리하기 위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바이낸스의 '핫월렛'을 집중 공략했다. 특히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는 지갑 작동 방식을 임의로 변경해 자산이 자동으로 유출되도록 설계했으며, 기존 자산은 물론 해킹 직후 입금된 신규 자산까지 모두 긁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해커들은 지갑 조작에 필수적인 전자서명 승인 권한까지 사전에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 시스템 침입 경로 조사 및 피해 보전 대책

바이낸스는 현재 내부 직원의 노트북이 이번 해킹의 진입점이 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개발이나 운영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의 단말기를 통해 시스템에 침입한 공격자가 무단으로 출금 명령을 내렸을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자산 이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개인키 자체가 유출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직후 바이낸스는 모든 입출금 기능을 중단하고 관련 지갑의 권한을 즉각 차단했다. 현재까지 약 3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은 동결된 상태이며, 회사는 이용자 보호기금과 자체 자금을 투입해 고객의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탈취된 나머지 자산을 회수하기 위한 추적 작업도 이어지고 있으나, TRM랩스에 따르면 해커들이 보유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중 약 24억 달러 규모는 여전히 동결되지 않은 상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제임스 세이파트는 핫월렛 해킹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 거래소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의 규모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