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업의 문법을 거부하는 ‘다윗’의 생존법
엔비디아와 구글이라는 거대 공룡에 맞서 싸우는 세레브라스의 창업자는 이번 경쟁을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로 정의했다. 앤드류 펠드먼 세레브라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시간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알토 소재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진행된 패널 토론에 참석해 인공지능(AI) 산업의 미래를 논의했다. 그는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는 독자적인 AI 반도체 개발 방식이 엔비디아와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을 상대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문을 연 세레브라스는 펠드먼 CEO가 다섯 번째로 설립한 기업으로, 개별 칩들을 결합하는 기존 방식 대신 웨이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칩으로 구현해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하는 ‘역발상’ 기술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깨뜨리는 분산형 데이터센터 전략
펠드먼 CEO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GPU와 T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 및 구글과의 경쟁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 거인들의 방식으로는 다윗이 승리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골리앗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는 방식은 오히려 벌레처럼 으스러지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모든 전략적 측면에서 완전히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거대한 규모가 반드시 우위를 보장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매우 느리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세레브라스는 거대 캠퍼스 형태의 인프라 대신, 다양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분산형 전략을 채택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웨이퍼스케일엔진(WSE) 기술과 시장의 신뢰
현재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은 GPU와 메모리 등 다수의 칩을 연결해 가속기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칩 간 데이터 전송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고도의 고속 연결망과 대규모 냉각 및 전력 인프라를 갖춘 대형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반면 세레브라스는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웨이퍼 위에 직접 탑재해 단일 칩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웨이퍼스케일엔진(WSE)’ 기술을 앞세운다. 이 방식의 칩은 GPU보다 크기가 약 50배 정도 크지만, 상대적으로 소규모 데이터센터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러한 기술적 차별성을 인정받은 세레브라스는 지난 5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64억 달러(한화 약 8조 553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