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검증 공포가 불러온 내각 공백
정성호 장관이 물러난 지난 8월 말 이후, 법무부 장관직이 석 달 가까이 비어 있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토록 장기간 인사를 미루는 배경에는 이른바 '인사검증 포비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30일,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행했던 개각에서 6명의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하는 악재를 겪으면서, 내각 인선 과정에서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인선 지연은 법무부뿐만 아니라 공소청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핵심 권력기관장의 공석 문제와 맞물려 인사검증에 대한 압박을 더욱 키우고 있다.
법무부 장관 인선 둘러싼 정치적 쟁점
1일 여권에 따르면 현재 박균택 의원과 양부남 의원이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청와대는 적절한 발표 시점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9월 19일 김승원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이후 40일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대행 체제를 조속히 종료해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다. 지난달 2일부터 검찰청 폐지와 함께 공소청 및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며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가동되었음에도, 이를 총괄할 법무부 수장이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검사 출신인 두 의원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대응 이력과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공취모)' 활동 경력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존재한다. 만약 이들 중 한 명이 지명될 경우, 야당은 대통령의 재판 문제와 공소취소를 빌미로 공세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경·성·공·대(경기·성남라인, 공취모·대장동 변호사)'라는 표현을 쓰며 이재명 정부의 인사 계통을 비판하기도 했다.
권력기관장 인선과 향후 과제
청와대는 이번 인선 실패가 인사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낙마로 인해 국정 지지율이 30%대까지 급락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사퇴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취임 후 1년 5개월간 공석인 공소청장과 경찰청장 인선에도 이목이 쏠린다. 공소청장의 경우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이끄는 추천위원회가 이달 중 3명 이상의 후보를 제안할 예정이며, 이후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임명 제청을 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경찰청장 인사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간담회에서 내란 관련 문책으로 인해 가용 자원이 부족했음을 언급하며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조속한 인선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 임광현 실장 취임으로 비게 된 국세청장 자리는 내부 승진이 유력하나, 인사청문회와 신임 실장의 영향력을 고려해 청와대가 검증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