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순적 감정과 문학의 가치
지난달 31일 원주 박경리문학공원 5층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제15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와의 만남 ‘마음과 마음을 잇는 마법: 책의 목소리’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소설가 데이먼 갤것이 참석자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갤것은 이 자리에서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문학의 본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2021년 부커상을 거머쥐었던 자신의 소설 ‘약속’을 예로 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30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낡은 집을 손에 넣게 된 인물의 서사를 통해, 갤것은 이것이 단순한 정의의 실현으로 치부될 수 없음을 역설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민주화의 길을 걸어온 이후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불평등의 문제와 세대 사이의 갈등을 작품 속에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 작가가 지켜야 할 경계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인간 작가의 존재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갤것은 AI가 정형화된 틀을 가진 장르 문학을 흉내 내는 데는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으나, 인간이 지닌 다층적이고 복잡한 감정의 영역까지 복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인간이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할 수도 있는 모순적인 존재임을 언급하며 인간만의 고유성을 부각했다.
또한 그는 문학이 직면한 실질적인 위협에 대해 경고했다. 갤것에 따르면, 진짜 위험 요소는 AI가 작가의 필치를 모방하는 행위가 아니라, 대중이 책에 대한 흥미를 상실하고 긴 호흡으로 텍스트에 몰입하는 능력을 상실해 가는 현상이다. 문학은 세상을 즉각적으로 변혁하기보다는, 현실을 더욱 면밀히 응시하고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