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명령에 따른 부통령의 비밀 접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은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재개를 목표로 이란 지도부와 접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소식통들의 전언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사무총장이자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전직 최장수 사령관인 모센 레자이에게 서한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여 발송되었으며, 대통령 역시 이러한 외교적 시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관계자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내릴 수 있는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군사 타격 명령을 철회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공통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이는 곧 닥칠지도 모를 군사 행동을 재고하기 위한 설득 과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돌파구 사이의 갈등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행정부가 이란과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며, 조만간 군사적 조치가 실행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밝히며 곧 어떤 방식으로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밴스 부통령이 보낸 서한과 이후 이어진 관리들 간의 논의에서는 구체적인 평화안이 제시되기보다는,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란 지도부는 미국과의 협상 전제 조건으로 해외 동결 자산의 해제와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등 총 7가지 요구 사항의 충족을 내걸고 있다. 이에 따라 밴스 부통령이 레자이 사무총장에게 접촉을 시도한 것은 이란 내 실권자인 혁명수비대 등 강경파 세력과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근거한다. 전쟁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작전으로 지도부가 교체된 상황에서, 테헤란의 실질적 권력을 장악한 강경파와 대화하는 것이 외교적 성과를 거두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패한 양해각서와 중동의 긴장 상태
밴스 부통령은 대이란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으나, 사석에서는 분쟁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그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 더욱 강력한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를 수석 협상가로 임명했으며, 부통령은 분쟁 종식을 위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두 차례 해외 방문을 실시해 이란 대표단과 만났다. 당시 6월에 종전 양해각서가 체결되기도 했으나, 해당 합의는 불과 2주 만에 파기된 바 있다.
접촉 대상인 모센 레자이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혁명수비대를 지휘했던 인물로,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된다. 그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전역의 인터넷 해저 케이블과 데이터 센터를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레자이는 지난 25일 테헤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파키스탄의 안보 책임자들과 만나 긴장 완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을 중재자로 삼아 간헐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나, 외교적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선제적인 핵 관련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즉각적인 경제 제재 완화를 핵심 조건으로 맞서고 있어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