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가을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서, 과거의 상징물이었던 말린 명태가 현대적인 '행운 아이템'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명태는 번영을 기원하는 고사나 굿을 마친 뒤, 집 대문 위나 새로 개업한 가게 앞에 액운을 막는 상징물로 걸어두곤 했다. 비린내가 적고 보관이 용이해 제사상에 올리는 용도로도 널리 쓰였던 명태가, AI 시대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수능 대박, 취업 성공, 안전 운전의 기원물로 재탄생한 것이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된 액막이 명태

수능을 약 보름 남겨둔 시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공방 '아니마 아틀리에'에는 다양한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글라스 아트로 제작된 시계부터 네잎클로버를 품은 곰돌이 키링, 그리고 웨딩 부케용 꽃을 활용한 레진 공예품까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서 웨딩 관련 소품 수업을 운영해 온 장혜영(32) 대표는 최근 '액막이 명태 액세서리 만들기'라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선보였다. 장 대표는 취업난과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행운을 바라는 마음이 커짐에 따라 관련 아이템을 직접 만들려는 수강생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부터 온라인상에서 액막이 명태 소품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액운을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불러온다는 전통적 가치에 현대적인 디자인이 결합하면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신차 구매 후 안전 운전을 기원하기 위해 수업을 찾은 임진서(35) 씨는 과거 차량 트렁크에 실제 명태를 두던 풍습이 있었지만, 차 내부에 냄새가 배는 점이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SNS를 통해 알게 된 글라스 아트 명태가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참여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정성을 담은 '세상에 하나뿐인' 행운템

글라스 아트는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을 응용해 다양한 색상의 필름지와 납선을 조합하여 만드는 공예다. 수강생이 직접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임 씨는 직장 생활의 고단함 속에서 '소확행'을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은 행운에 기대어 하루의 의미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수강생들이 완제품 대신 직접 제작을 택하는 이유는 자신만의 정성과 의미를 담기 위해서다. 이직을 준비 중인 30대 후반 임은지 씨는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만든 작품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점에서 스스로를 응원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명태를 보며 느꼈던 부정적인 인상과 달리, 완성된 공예품은 인테리어 소품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 손유진(24) 씨 역시 공기업 필기시험 합격을 기원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손 씨는 명태가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전통적 의미가 강해, 일반적인 행운 거북이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소재라고 느꼈다. 그녀는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보다 직접 만든 것이 더 큰 효험을 줄 것 같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 대표는 퇴사 후 행운템 만들기에 참여하며 과정 자체에서 힐링을 얻었다던 한 수강생을 회상하며, 직접 만든 작품이기에 행운이 두 배가 될 것 같아 기뻐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럭키슈머의 등장과 심리적 위안

직접 체험해 본 글라스 아트 제작 과정은 도안에 맞춘 필름지를 붙이고 납선으로 테두리를 두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테두리를 잡는 작업이 생각보다 까다로웠으나, 장 대표는 완벽하지 않아도 그 부족함조차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약 한 시간의 수업 끝에 수강생들은 각자의 명태 작품을 손에 넣었다. 장 대표는 행운(Lucky)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럭키슈머'를 언급하며, 적은 비용으로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얻으려는 소비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종교를 초월한 사례로도 나타난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판매된 '공덕 키링'은 목탁 모양의 키캡을 누르며 공덕을 쌓는다는 의미를 담아 청년층 사이에서 출시 한 시간 만에 품절되는 기염을 토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적은 비용으로 마음의 위로를 얻는 '행운의 가성비'가 존재하는 한 행운템의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