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기록까지 털리는 '정보 유출 팬데믹'

미용의료 플랫폼 B사로부터 개인정보 침해 통보를 받은 직장인 A(29)씨는 큰 충격에 빠졌다. 과거 코 성형을 위해 상담을 진행하고 시술 정보를 검색했던 기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단순한 이름이나 연락처 유출이라면 비밀번호 변경으로 대처할 수 있겠지만, 병원 방문 이력과 구체적인 상담 내용, 심지어 사진까지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에게조차 밝히고 싶지 않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 어디까지 퍼졌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숙박 예약 앱 C사로부터 유출 안내를 받은 직장인 D(38)씨 역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여행을 위해 남겼던 성명과 연락처는 물론, 이용했던 숙박 상품명과 구체적인 방문 날짜까지 유출됐다는 소식에 불안이 커졌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여행 기록을 누군가 악용할 수 있다는 찜찜함이 남았지만, 이미 유출된 데이터를 회수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킹 사고가 일상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른 자진신고 증가가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출 상담부터 커피 주문, 기프트콘 선물 과정에서 남긴 정보들이 연쇄적으로 새어나가고 있다. 한 곳의 피해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다른 기업으로부터 또 다른 유출 안내가 날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이다.

반복되는 사과문과 기업의 관리 사각지대

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종류는 제각각이지만, 이용자들에게 전달되는 안내 문구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고객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하며, 즉시 계정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나 메시지에 응답하지 말라는 권고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기업의 사과와는 별개로, 유출된 정보의 종류를 확인하고 실제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하는 번거로운 후속 작업은 온전히 이용자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체념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당혹감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던 이들도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