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와 자본이 만나는 거대 인프라의 탄생

2025년 1월 21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700조 원(5,0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이 발표 현장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을 비롯해 소프트뱅크 등 주요 파트너사 수장들이 동석했다. 특히 올트먼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존경의 의미를 담아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대통령의 지원 없이는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러한 거대 프로젝트는 AI 기업들이 왜 국가 권력과 밀착할 수밖에 없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첫째는 막대한 자본의 문제다. 700조 원이라는 숫자는 일반적인 기업 이사회의 결재 범위를 넘어선다. 둘째는 에너지와 자원의 확보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전기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허가가 필수적이다. 셋째는 데이터의 독점적 가치다. 한국 법무부가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한 대규모 인구의 얼굴 사진을 활용해 학습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기업의 신청을 받는 사례처럼, 국가가 보유한 고품질 데이터는 시장에서 구매할 수 없는 막대한 이득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이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보 자산으로 분류되면서, 기업은 '국가 이익에 봉사한다'는 명분 아래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구조를 갖게 된다.

독점을 향한 질주와 실리콘밸리의 정치적 변모

AI 기업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시장의 독점이다. 구글의 순다 피차이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이 언급했듯, 이들은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과도한 투자를 감수하며 '최후의 1인'이 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팔란티어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은 저서 '제로 투 원'을 통해 독점이 성공한 기업의 필수 조건임을 역설했다. 실제로 카렌 하오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샘 올트먼은 틸로부터 독점 전략과 정치권력에 접근하는 방식을 학습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실리콘밸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입국 금지 조치 등에 항의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방파제'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대선을 거치며 분위기는 급변했다. 많은 빅테크 수장들은 트럼프 2기 취임식에서 장관들보다 앞선 자리에 서며 권력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철학자 에밀 토레스와 신디 콘 전 전자프론티어재단 사무총장은 이를 실리콘밸리가 파시즘적 행보로 돌아선 뚜렷한 지표라고 비판했다.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권위주의 정부의 요구에 스스로를 정렬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이 만드는 '우리와 그들'의 경계

전문가들은 기업과 정부의 결합 그 자체보다, 그 결합이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주목한다. 신디 콘 전 사무총장은 국가의 단속에 쓰이는 기업 데이터와 기업의 기술로 변모하는 국가 데이터의 순환 구조를 경고했다.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댄 맥퀼런 교수는 파시즘의 핵심이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데 있으며, AI 기술이 특정 인물을 가치 있는 사람과 문제아로 분류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앙 파울로 코놀리 전 국장은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책임 소재를 회피하는 시스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가 발표한 선언문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실리콘밸리가 미국에 도덕적 빚을 졌으며, 기술적 무기는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맥퀼런 교수는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며, 최근 앤트로픽의 아모데이와 오픈AI의 올트먼 역시 미국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팔란티어와 유사한 궤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국가 권력을 등에 업어 기술적 독점을 꾀하는 기업과, 이를 통해 더 강력한 통제를 원하는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시민의 데이터는 다시 시민을 분류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