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개혁주의 신학의 정수, 서울에서 만나다

전 세계의 개혁주의 교단과 교회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학적 자산과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마련됐다. ‘모든 것 위에 계신 그리스도’를 핵심 주제로 내건 세계개혁주의협의회(WRF) 제7차 서울총회가 29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개최됐다. 16세기 장 칼뱅이 정립한 종교개혁 전통을 계승하는 이번 총회는 전날부터 시작되어 제자훈련과 새벽기도 등 한국교회의 독특한 영적 자산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한국식 기도와 제자훈련, 세계 교회의 모델로

이날 오전 진행된 토론에서는 한국교회의 폭발적 성장을 이끈 ‘한국식 기도’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WRF 국제이사 임종구 목사는 한국교회의 새벽기도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 속에서 탄생했음을 설명했다. 당시 예배와 말씀 나눔조차 불가능했던 극한의 상황에서 성도들이 선택한 유일한 생존 전략이 바로 간절한 부르짖음이었으며, 이러한 기도가 결국 한국사회와 교회의 부흥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이어 사랑의교회가 주도해 온 제자훈련 방식이 공유되었으며, 한국의 주요 개혁주의 단체들도 각자의 비전을 선포했다. WRF 국제대표 다비 찰스 고메즈 목사는 한국교회가 말씀과 기도, 그리고 제자훈련에 매진하며 복음주의적 삶을 실천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거둔 신앙적 결실이 세계로 널리 확산되어, 향후 세계 교회를 지원하는 협력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AI 시대의 위기와 성경적 권위의 수호

기술 발전에 따른 교회의 위기 대응 방안도 다뤄졌다. 북아일랜드 유니언신학대 명예교수인 스티븐 윌리엄스 박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설교 준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하나님과 교제하며 얻는 기쁨을 아는 자라면 설교를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AI가 제공하는 편리함 때문에 개인적인 명상과 성찰의 시간이 줄어들고, 깊이 있는 성경 공부를 생략하게 만드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WRF 이사회 의장 로버트 노리스 박사는 성경의 권위를 부정하는 시대적 흐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그는 현대 사회가 성경적 범주를 벗어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예수께서 사탄의 유혹에 맞설 때 성경을 인용하며 그 권위를 증명했음을 상기시켰다. 노리스 박사는 성도들이 매일 회개의 은혜를 구하며 성령의 복을 누리고, 다음 세대를 올바르게 지도하는 사도적 후계자로 거듭날 것을 당부했다.

글로벌 연합체 WRF의 위상과 한국의 역할

2000년 미국에서 설립된 WRF는 미국장로교회(PCA)와 브라질장로교회(PCB)가 주도한 세계개혁교회협의체(WFRC), 그리고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교회가 결성한 국제개혁주의협의체(IRF)가 연합하여 탄생한 조직이다. 현재 60여 개국에 걸친 88개 교단과 89개 유관단체, 16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정영교 목사)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행사의 조직위원장인 오정현 목사는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고수해 온 개혁주의 신학의 탁월성을 나눌 수 있어 큰 축복이라며, AI의 확산과 생명 경시 풍조 등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이번 총회가 지혜를 모으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