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와 '열매'로 풀어낸 청소년의 시선
강원도민일보가 주최한 제18회 관동별곡 송강 전국 고교생 백일장 심사가 지난 18일 도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대회는 '열매'와 '우리동네'라는 두 가지 글제를 제시하며 학생들의 창작 역량을 시험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주제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특히 인공지능(AI)이 글쓰기를 대신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직접 펜을 들어 문장을 써 내려가는 행위는 그 자체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동시에 AI의 기술적 한계를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이번 대회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현장에서 직접 집필하는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백일장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은 흔적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산문시를 나열하거나 기존 시인의 문체를 무분별하게 모방한 작품들도 눈에 띄게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에게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은 다소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경험이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며 얻는 성취감이야말로 백일장이 제공하는 핵심적인 교육적 가치라 할 수 있다.
개성 넘치는 시각과 창작의 한계
전반적인 작품의 수준은 상당히 고르게 형성되었다. 학생들은 각자의 시각을 투영해 주제를 소화했으며, 기발한 발상과 적절한 수사법, 뚜렷한 주제 의식을 보여준 우수한 작품들도 다수 등장했다. 특히 사회적 현상이나 환경 문제, 인권 이슈 등을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글들이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아쉬운 점도 지적되었다. 상당수의 학생이 제시된 글제에 대해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낀 듯한 모습이었다. 우리 동네의 일상을 담담하게 서술하거나 열매에 대한 사유를 차분하게 이어갔다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무리하게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 소재 간의 연결 고리가 느슨해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빈번했다. 주제는 명확하지만 문장 간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작품들은 향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의 문인을 향한 첫걸음
글쓰기에서 상상력의 결여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응모작들에서 나타난 아쉬움의 근원 역시 상상력의 부재였다.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신선한 표현력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각자의 필체가 다르듯, 자신만의 감성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는 꾸준한 정진이 요구된다.
다만, 일부 수상자들의 뛰어난 실력은 향후 문학가로서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설령 이번 작품의 완성도가 다소 미흡했더라도, 오늘의 도전이 훗날 한국 문단을 이끌 인재로 성장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번 백일장이 미래의 시인들에게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으로는 유춘동, 이익훈, 장정희, 하창수(산문)와 김명준, 김성수, 박봉준, 최계선(운문)이 참여했다.
[수상 명단] 우수상: 이시온, 박시언, 이새별, 서재원, 이은별 장려상: 박서현, 이소민, 오서하, 임수빈, 양진서, 고도영, 채빈아 입선: 백한울, 이민주, 송지유, 표주영, 조한서, 정아인, 권민지, 임수빈, 지수인, 이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