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공유 제한 논란에 대한 국정원의 해명
야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미 관계 악화설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국정원은 한미 양국 간의 정보 협력 체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미국 측으로부터 위성 정보 제공이 일부 제한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전체 정보량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한국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정찰 자산을 활용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과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29일 국정감사 정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전달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정청래 전 대표와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의 미국 관용비자 발급 문제, 국정원 직원의 비자 지연, 그리고 일부 정보 공유 제한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대미 외교 대응 능력을 비판해 왔다.
이에 국정원은 최근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입국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임을 강조하며, 비자 발급 문제를 한미 간의 갈등과 직접 연관 짓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특히 비자 발급 권한은 외교부가 아닌 미국 국토안보부 소관이라 외교 경로를 통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정보 공유 제한의 경우,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월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로 구성 지역을 언급한 이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국정원은 해당 정보를 정 장관에게 제공한 당사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정보 협력의 상호성과 정찰 자산의 보완 능력
국정원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이 정보를 교류하는 상호 관계임을 역설했다. 미국이 위성 정보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확보하여 미국 측에 제공하는 신호정보(SI)의 양과 질 또한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정원은 미국이 4월경 대북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제한된 범위가 위성 영상 중 극히 일부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국정원의 설명을 들은 위원들이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의구심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별감찰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정치 관여 의혹
한편 국정원은 특별감찰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입장과 유사한 발언 사례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10여 차례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2023년 1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운영된 '북한 영향력 공작 차단 특별 TF'는 북한의 선전·선동 동향을 파악해 국가안보실의 김태효·이시원 등에게 보고서를 보냈다. 그러나 국정원은 보고서에 담긴 발언들이 일반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이러한 반복적 보고가 대통령실 참모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정원 간부가 국민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인지전'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당시 북한 담당 차장은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 사이 북한 인권 문제를 활용해 국민 인식을 유도하라고 지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서장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부부서장을 통해 업무를 추진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12.3 비상계엄 연루 및 불법 사찰 의혹 조사 결과
12.3 비상계엄 당시 국정원 직원 10여 명이 계엄 관련 업무를 수행한 사실도 밝혀졌다. 조태용 전 국정원장 등 고위 간부들의 지시로 직원들은 계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계엄사령부에 보낼 연락관 후보를 선정했으며, 미국 CIA에 계엄 배경을 설명하는 업무까지 수행했다.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부당하거나 위법한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작성된 '수백 명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명단 작성 자체는 안보 위협 인물을 정리하는 국정원의 업무 범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충분한 검증 없이 계엄 당일 해당 명단을 내부 공유해 악용 가능성을 남긴 점은 문제로 지적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는 대북방첩센터의 감시 대상 선정 과정이 매우 부실했음을 확인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운영된 센터는 수십 명을 대상으로 했으나, 실질적인 대면 회의는 단 한 차례뿐이었고 일부 대상자는 북한 연계 근거조차 불분명했다.
국정원은 이번 감찰 결과에 따라 비위 직원을 엄중히 징계하고, 내국민 대상 인지전을 지시한 전직 차장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한 김진성 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유튜브 방송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