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정책의 ‘과잉’ 지적한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에 대해 “내국인 가정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과잉 지원이 특혜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확산되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연이어 해명에 나섰으나, 대통령이 직접 ‘역차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오히려 갈등의 양상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인 엑스(X)를 통해 다문화 가정의 차별 방지를 위한 정책은 당연히 지속되어야 할 과제라고 전제했다. 다만 일부 지원 정책이 지나치게 과도해져 특혜로 이어지거나, 결과적으로 내국인 가정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책의 과잉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혐오나 일반적인 차별을 유도하는 것으로 오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산후조리원 우선순위 개정 검토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전날 엑스에 공유한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서울형 공공 산후조리원 예약 시 다문화 가정 산모가 국가유공자나 다자녀 가정과 동일한 2순위로 배정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에펨코리아 게시물을 공유하며, 다문화 가족 우대제도의 폐지 여부를 포함해 시행령 개정까지 심도 있게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의 메시지가 다문화 지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산후조리원 이용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높여 모든 출산 가정이 수긍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호근 청와대 인구정책비서관 역시 입장문을 내고, 모자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해 산후조리원 혜택이 정말로 필요한 산모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2016년 제정된 모자보건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 산후조리원의 우선 이용 및 요금 감면 대상에는 국가유공자와 5·18민주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등과 더불어 다문화 가족의 산모가 포함되어 있다. 청와대는 이 시행령을 수정하여 다문화 가족 산모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티 인용 논란과 사회적 우려
이 대통령은 반페미니즘 성향을 띤 커뮤니티 글을 공유한 것에 대해 “익명의 커뮤니티나 SNS 공간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모두 국민이 존재한다”며 에둘러 해명했다. 그러나 전날 공유한 게시물에 “자국민의 돈을 외국인 지원에 쓴다”거나 “다문화 혜택을 없애라”는 식의 적대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의 핵심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특정 게시물에 공감을 표하는 행위는 해당 문제에 공적 권위를 부여하고 그 속에 담긴 편견과 적대감까지 정당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혐오를 조장할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 발언이 가져올 혐오 조장 효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대통령의 외국인 및 다문화 관련 발언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민주당의 가치와 배치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러한 발언이 유럽의 극우 정당들이 내세우는 논리와 유사하다며, 국민의힘의 입장이라면 이해하겠으나 민주당의 지향점과는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