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공백부터 주택 정책까지…정부와 맞선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시장직 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사법적 위기를 넘긴 오 시장 앞에는 이제 그간 해결되지 못한 시정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행정1부시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핵심 간부 인선 문제부터, 주택 공급 및 도시개발 방향을 둘러싼 중앙정부와의 이견, 그리고 청년 AI 사업과 야간경제 활성화를 놓고 벌어지는 시의회와의 예산 갈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달 말 내년도 예산안 제출이 예정되어 있어, 오 시장이 사법리스크 해소를 발판 삼아 정부 및 시의회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현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조율해야 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핵심 보직의 인선이다. 27일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행정1부시장과 기획조정실장 자리는 각각 정상훈, 김상한 직무대리가 임시로 맡고 있는 상태다. 두 직위 모두 정식 임명이 완료되지 않았다. 행정1부시장은 차관급이며 기획조정실장은 국가직 고위공무원으로서 서울시의 임용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절차가 필수적이다. 시정의 전반적인 운영과 예산, 조직을 총괄하는 중책인 만큼, 인선이 계속 늦어질 경우 조직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주택 공급과 도시개발 분야에서도 정부와의 정책적 간극이 존재한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총 31만 가구의 착공을 목표로 재개발과 재건축 활성화를 추진 중이지만, 정비사업 규제 완화 수위와 용산공원 부지 활용 방안 등을 두고 정부와 입장이 다르다. 특히 용산공원 본체 부지에 주택을 공급할지를 두고 양측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으며,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또한 건축물 높이 제한과 세계유산 경관 보호 문제로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오 시장은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나 이러한 현안의 해결책을 논의할 계획이며, 이에 앞서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과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이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의회 예산 삭감 파고…내년도 예산안이 분수령
서울시의회와의 관계 개선도 중대한 과제다. 정책 추진의 핵심인 예산 심의와 의결권을 쥐고 있는 시의회와의 협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오 시장의 핵심 공약인 '청년 AI 사다리' 사업이 있다.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당시, 해당 사업을 위한 예산 56억 2500만 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 추진이 중단된 바 있다. 시의회는 사업의 실효성과 시급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서울시는 청년들의 AI 접근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내년도 본예산에 재반영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민선 9기의 역점 사업인 야간경제 활성화 사업 역시 비슷한 난관에 봉착했다. 서울시는 야간 관광과 문화 콘텐츠를 지역 상권과 연계해 소비를 창출하려 하지만, 관련 예산이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30일 제출될 2027년도 서울시 예산안은 오 시장과 시의회의 관계를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편성되는 본예산인 만큼, 주요 공약과 정책의 재정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청년 AI 및 야간경제 사업의 재편성 여부와 복지, 주택, 교통 등 주요 분야의 재원 배분 방식이 핵심 관전 포인트다.
아울러 2030년까지 86조 1000억 원 규모의 투입이 계획된 'G3 서울플랜'의 예산 확보도 중요한 변수다. 내년도 예산에 핵심 사업들이 얼마나 반영되고 시의회 심의를 통과하느냐가 향후 정책 추진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다만 항소심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 및 시의회와의 정책적 이견은 여전하며, 특검의 상고에 따른 사법적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결국 정부와의 인사·정책 협의와 시의회와의 예산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민선 9기 서울시정의 동력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