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체들의 파격적 수익 전망과 신중론
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연간 약 1,000억 달러(한화 약 14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설비 확충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공급 과잉 사태로 인해 파산 직전의 위기까지 몰렸던 트라우마가 메모리 가격 상승 국면에서도 공급량을 급격히 늘리지 못하게 만드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샘 올트먼은 지난 29일(현지 시각) 스트라이프의 공동 창업자인 존 콜리슨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치키 파인트'에 출연하여 이와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그동안 D램 제조사들이 200억 달러를 투자해 190억 달러를 거두는 식의 구조를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즉, 어떤 해에는 210억 달러를 벌기도 하고 다른 해에는 180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메모리 제조 사업이 수익성이 뛰어난 업종이었던 적은 드물었다는 것이다.
과거 불황의 기억이 가로막은 공격적 투자
올트먼은 이들 업체가 향후 각각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여기서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에서 설비투자 비용 등을 제외하고 남은 순수한 현금을 의미한다. 다만 그는 이러한 수치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와 정확한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이익이 예견됨에도 공급 확대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올트먼은 과거 반도체 업계가 겪었던 극심한 불황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제조사들이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낙관론에 속아 공장을 과도하게 증설했다가 파산 위기에 처했던 경험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기에 설비투자에 있어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진행자 콜리슨이 메모리 가격이 급등함에도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 활발하지 않은 현상을 두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올트먼 역시 현재의 시장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는 데 동의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과 향후 과제
올트먼의 이러한 진단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인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06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지난 28일 83조 3,33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공표했다. 두 기업의 반도체 사업 분기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약 190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현재 양사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총 84조 4,000억 원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 중 76조 8,000억 원을 반도체 분야에 집중 배정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시설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력과 긴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과거처럼 공급 과잉이 발생해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메모리 호황이 곧바로 대규모 공급 확대로 직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