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 한계 지적한 배터리 업계

정부가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제 혜택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들을 위한 실질적인 직접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올해 안에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은 2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개최된 ‘제6회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추진 중인 국내 생산 세액공제 제도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엄 회장은 해당 제도가 이차전지 산업에 긍정적인 신호이자 유의미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재 많은 회원사가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들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회장은 셀 제조사 3곳은 실적이 개선되어 이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영세한 규모의 많은 회원사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액공제 방식의 특성상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는 기업은 혜격 체감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협회 차원에서도 직접환급 제도 도입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며, 산업통상자원부 및 국회와 협력해 회원사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하단으로의 이익 전이 기대

정부가 지난 8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제시한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배터리 등 전략 산업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의 세금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적자 기업의 경우 납부할 법인세 자체가 없거나 매우 적어 공제 혜택을 즉각 누리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이 때문에 공제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직접환급제나 별도의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엄 회장은 최근 셀 제조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소재 및 부품 공급사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20~30% 이상 성장세와 미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호황 덕분에 셀 제조사들이 수익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이익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급망 하단에 있는 업체들로 전이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이끄는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공장 가동률과 제품 출하량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잠시 중단되거나 미뤄졌던 완성차 업체들의 프로젝트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개되면서,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장기공급계약(LTA) 규모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엄 회장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 물량이 발생하며, 2028년부터는 판매량과 가동률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연내 대책 마련 약속

정부는 업계의 요구를 수렴하여 추가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사에 참석한 이민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성장실장은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실장은 이러한 대책이 단기적인 처방에 그치지 않도록 업계와 긴밀히 협력하여 연내에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에 대한 정부 포상도 진행되었다.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은 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이사가 은탑산업훈장을 받았으며, 에코프로비엠의 최문호 대표이사는 산업포장을, SK온의 신영기 부사장은 대통령표창을 수여받는 등 총 20명의 인사가 정부 포상의 영예를 안았다.